그야말로 대성통곡을 하는데 하필 마침 간병 앱 고객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그쪽 간병인이 묘하게 내 잘못이 크다는 것처럼 이야기했고, 자기가 (아주 선심써서) 이번엔 페널티는 주지 않겠단다. 그 말에 눈물도 얼어붙었다. 상담원 잘못이 아닌 걸 아니까 최대한 예의를 지켰지만 불쾌하기 짝이 없다.
어제 엄마의 의식이 없어졌고 숨만 쉬는 상태에서 급히 119를 불렀다. 그런데 우리 지역과 인접 도시의 병원 단 한 곳에서도 응급실을 열어주지 않았다. 파업 때문에. 결국 세 시간 반을 달려 급히 서울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의식이 돌아왔지만 어제의 일은 도저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자꾸 링거줄을 뽑는 통에 혈관이 다 굳었고 더 다치는 걸 막으려 약을 먹고 잠든 엄마의 한 손에 억제대를 해뒀다. 꿈에서도 답답한지 외할머니를 찾으며 우는 엄마의 손을 잡고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괜찮아. 다 괜찮아… 정말로 괜찮지 않은 것이 누구인지 알면서도, 다 잘 될거라고.
교수님의 판단으로 아바스틴을 쓰기로 결정하면서 자연히 임상약은 중단하게 되었다.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때는 그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꼭 아니어도 좋겠다. 2년 이상 생존 1%. 나는 이제 기적을 믿지 않지만, 살아온 단 하루의 시간도 기적이었다는 걸 안다.
엄마에게 트위터 아이디를 만들어준 것은 10년도 넘은 일이다. 꽃과 고양이 사진이 가득한 계정은 하나의 마을 같았는데, 무기력하던 일상에 매일 물을 주고 가꾼건 그 자신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니 내가 그랬듯, 엄마는 외롭지 않았을 것이라 믿는다.
새벽녘, 내내 잠을 이루지 못하던 엄마가 깜박 조는듯 싶더니 애써 허우적대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급히 몸을 부축했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는다.
“내 딸들이 아파. 많이 아파.”
“큰딸 여기 있어.”
“아파…”
지친 그가 아플까봐 꼭 끌어안지도 못하고 한참동안 등을 도닥거렸다.
엄마, 나도 아파.
날 알아보지 못하는 엄마의 앞에 앉아 “딸은 어떤 사람이야?” 라고 물으면 조분조분, 아주 야무지게 칭찬을 늘어놓는다. 한참 나 아닌 큰딸의 자랑을 듣다가 그럼 난? 하고 물었다.
“자네는 편안하고,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믿음직한 사람이지.”
입술을 깨물며 대답해본다.
“응. 나도 좋아해.”
내일은 오랜만에 콘서트에 가려고 표를 오래 전부터 예매해뒀는데, 아픈 중에 자다가 부스스 일어난 엄마가 묻는다.
“비와서 어떻게 가?”
다른 건 다 잊는 사람이 이런 일은 잘도 기억한다. 얼른 앞에 다가가 앉으니 내 가슴에 머리를 가볍게 기댔다. 토닥이는 내 손에 금세 아이처럼 잠이 든다.
오늘은 지방에서 올라오신 아버지가 반나절 간병을 대신 하기로 했다. 엄마의 아바스틴 부작용 때문에 기저귀 새로 입히는 법을 알려드리려 하자 손사래를 치며 알아서 하신단다. 그때 마침 기저귀를 갈 일이 생겨버렸고, 내가 당신 바로 눈앞에서 그걸 처리하는 것을 보자 아버지는 그만 얼어버렸다.
한 가족이 돗자리를 펼쳐놓고 한데 누워 별을 본다. 딸아이가 지루해하며 왜 이러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질문을 하자 아버지가 이야기한다. ‘나중에 엄마랑 아빠가 죽고 없으면 우리가 다 같이 누워 별을 본 기억이 날 거야. 그게 네 삶에 큰 힘이 될 거야.’라고.
벨 소리가 울릴 때 겁이 나
심장이 먼저 놀라는 요즘
혼자 지내고 싶고 혼자 있기 싫고
나도 날 모르겠어
도대체 나의 행복은 어디 있나요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어
꺼진 폰 화면 속에 비친 내 모습 보며 말할래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내게 수고했다고
마냥 쉽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고
지난번 간병인을 부른 이후 매일 밤을 꼬박 새며 엄마가 링거 바늘을 뽑지 못하게 지켰다. 하룻밤도 한두시간 이상을 잠들지 못해 눈을 감으니 그 짧은 순간에 꿈이 절로 꿔진다. 간밤엔 내내 누웠다 앉았다 침대 난간에 내달리며 바늘에 손을 댔고 너무 힘들어서 그만 엄마를 붙잡고 흐느꼈다.
엄마는 이제 바늘 대신 새로 갈아주는 기저귀를 뜯기 시작했다. 잠시 간호사님을 만나고 돌아왔을 때 흩날리는 완충재와 엄청난 솜들을 보며 처음엔 기가 차서 웃음도 안 나왔는데 생각해보면 다치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라인을 하도 뽑아대서 손의 혈관은 이젠 쓸 수도 없게 되었고.
벨 소리가 울릴 때 겁이 나
심장이 먼저 놀라는 요즘
혼자 지내고 싶고 혼자 있기 싫고
나도 날 모르겠어
도대체 나의 행복은 어디 있나요
그 누구도 대답해 줄 수 없어
꺼진 폰 화면 속에 비친 내 모습 보며 말할래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내게 수고했다고
마냥 쉽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