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에 갑자기 동전만한 점이 생겼다고 온 환자에게 어차피 비응급 질환이라 피부과 외래로 가시는 게 낫다고 설명해도 계속 응급센터 진료 원한다는 보고 받고는 가서 봤더니 바지 주머니 볼펜에서 잉크가 나와서 묻어있었음. 알콜로 닦아드리고 보냈더니 예상대로 원무과에서 비싸다고 난리가.
사실 소아과 망한다는 소리는 진짜 20년 전부터 나왔고, 중간에 잠깐 외래 수가 조절로 살아나나 싶었는데 이대목동사태로 관짝에 못을 박아줌. 이게 여러가지로 문제가 싶각한 게, 소아과 백업이 안 되면 “당연히” 분만이 불가합니다. 산부인과 문 닫는 후폭풍이 걱정이구요···
발열/감염 환자는 정말 히스토리와 노출력이 중요한데··· 그만큼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찾아내기 힘듬. 경기 북부지방 인턴이라면 눈 감고도 맞추는 말라리아나 충청지방은 접수직원도 아는 쯔쯔가무시, 또 한국 의사라면 모를 수가 없는 결핵 같은 것도 조금만 지역을 벗어나면 불명열로 힘들어짐.
수액 안 맞으셔도 됩니다, CT 안 찍으셔도 됩니다 같은 설명이 길어지다 결국 보호자가 너무 원해서 하게 되면 정말 니 맘대로 하시라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내가 왜 병원에 돈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잔뜩 해야하고 있어야 하나··· 그 설명 하는 거랑 그냥 처방 내는 것 중 뭐가 더 힘들 거 같나요.
간만에 손가락 데인 김에 전공썰.
화상(뼈가 보이거나 사지가 다 데이거나 수준이 아니라면)의 가장 중요한 처치는 빠른 식히기(cooling)입니다. 가장 알맞은 온도와 시간은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10도 내외의 흐르는 물에 10분 이상 식히세요. 온도 모르겠다 싶으면 수돗물로 냉수 틀고 대고 계세요
비행기에서 호흡곤란과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어서 기내에 배치된 주사를 주고 증상이 호전됐는데, 그 후 환자는 의사에게 본인에게 놓�� 주사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나중에 이 주사로 인해 문제나 부작용이 생기면 연락하겠다며 의료인의 개인 연락처를 요구했다고···
지방 산부인과 다 죽는다! 소리에 의사들이 돈에 눈이 멀어서 그렇다로 대응한 게 한 20년 정도 지났던가··· 그리고 비슷한 이야기가 소아과나 외과에서 10년, 내과는 5년 정도 경과한 거 같네. 답답하다. 솔직히 지금 중증외상 신경쓸 타이밍 아닙니다. 국영수 안 되는데 국제올림피아드 고민하는 꼴.
"죽어 나가는 환자가 있어야 파업이 효과가 있다"라고 선동하며 필수 의료에서도 빠져야한다는 쓰레기가 있었을 거다. 그 놈은 면허 반납하길 바란다. 의사는 (당연히) 성직이 아니며 일개 직업인일 뿐이지만 최소한의 직업적 책임감은 있어야한다. 그걸 소명이나 사명감이라고 칭하는 건 거부하지만.
강남대로에서 경찰차 한 대가 요란하게 싸이렌을 울리며 달려가기에 어디 급박한 사건이라도 난 것일까 궁금했는데, 봉은사 뒷골목 어드메에서 경찰 두 명이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취객을 일으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았다. 여러분의 귀한 세금, 이 시국에 만취한 자를 깨우는데 쓰이고 있다.
대리수술 돌린 병원은 당장 구속으로도 부족하고 목을 잘라버려야 하는데 법원은 집행유예, 의협은 뜨뜻미지근하고 지방의사회는 탄원서 이지랄. 진짜 의사놈들은 시련이 필요하다. 실형 선고받은 이제 의사도 아닌 놈들은 왜 감싸냐고. 그러니 성범죄도 살인도 괜찮은 철통 면허 어쩌고 소리를 듣지.
응급실에서 몇 번이나 주취난동으로 진료 거부하고 나갔던 사람이 또 술 마시고 119 타고 왔길래 타 병원 이송을 권유했더니 배우자라는 사람이 오더니 "아니 술 마신 사람이 욕하는 건 이해해줘야죠" 따위의 소리를. 나는 그렇게 못 하니까 이해심 넓은 병원 찾아가시겠지.
#일상
비상진료에 3천억 지원‥건보 재정도 투입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던 예비비 1천285억 원을 합치면 한 달간 투입하는 자금만 3천억 원이 넘습니다. “
야! 전공의 만 명 빠진 자리에 1000만원씩 주고 전문의 고용해도 3천억이면 3만명 인건비를 주겠다!! 대체 뭐 하는 건데?!
지방 의료 불균형 그거 해결법 솔직히 간단한데··· 지방 경제를 발전시키고 대학과 학군을 거점 도시에 고르게 배분하세요. 참 쉽죠? 의사들은 뭐 일반인들과 다른 이유로 서울에 몰리는 거 같나;;; 편의점 하나 있으면 의원도 근처에 있고 마트 있으면 종합병원 있는 게 대한민국임.
애가 밤중에 열이 40도까지 오르면 겁이 나니 응급실을 찾게 되지요. 검사 하고 해열제 맞고 그러다가 의사가 부모를 호출해서 이 정도는 집에서 해열제 먹이면 되는데 왜 응급실 왔냐고 나무라는 투로 말하면 썩 기분이 안좋지만 그런가보다 하고 참고 옵니다. 아기 때는 이유없이 열이 오르기도
20분 정도가 베스트고 책이나 사람에 따라 1시간까지도 추천하지만··· 일단 병원에 오시기 전에 적어도 10분 이상은 꼭 냉수처치하고 오시길. 그냥 오시면 뒤늦게 냉수 처치 한참을 하고(늦은만큼 상처엔 안 좋음) 그 후에야 진통제랑 항생제랑 파상풍 주사에 드레싱을 해드립니다.
미니미가 어제부터 구토 설사가 지속되서 결국 수액을 놓기로 결정하고 정맥 주사를 시도하는데··· 소아응급전문의 둘이 붙어서 4번 만에 겨우 성공 =_=a
환아의 불신이 가득찬 눈빛과 컴플레인을 받으며 에버랜드와 기념품을 바치기로 결정;;
아니 병원에서는 한 방인데 내 애는 왜케 힘드냐.
서울 빅3 병원 중 하나에 살무사에 물려서 폐혈증에 빠진 환자가 있었는데 수도권 전체에 협조를 구해도 충분한 양의 항독소가 구해지지 않았던 적이 있습니다. 휴일이기도 했구요. 혹시나해서 예전 근무지인 지방 모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응급실 내 비축분량만 해도 박스단위로 있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