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추가 정신건강에 안 좋은 이유는 그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추를 하다 보면 "과거의 실패는 내 탓이고 나는 부족한 인간이고 현실은 좌절스럽다"라는 결론을 내릴 만한 근거들을 취사선택하게 되어 있음. 생각의 끝에 저 결론이 나오는 게 아니라 저 결론을 내리기 위해 기억을 끌어오는 거.
과격한 말을 툭툭 내뱉는 버릇 진짜 고쳐야 하는 듯
얼마 전에 "날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내 이름이 '아무도 없어'야?" 하는 만화를 봤는데, 저거 사실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못되게 말하는 습관이 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예전에 어디선가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러지 않으면 자기 머릿속의 [보상 체계]가 망가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즐거운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 일이 즐거운 줄을 모르고, 마음대로 살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정신이 피폐해진다고.
요즘 되게 이상한 풍조가 있는데
위선자 vs 솔직한 개새끼 중에 솔직한 개새끼랑 같이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거
솔직한 개새끼의 미덕은 그 새끼가 솔직해서 개새끼인 걸 금방 알아챌 수 있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알아챘으면 빨리 버려야지 '야 그래도 위선자보다는 나아' 이러고 앉아있어
나는! 호구가! 되지! 않을거야! 나는!! 손해보고!! 살지!! 않을거야!!!! 류의 마음가짐이 요즘 주류정서 같긴 한데
내가 모르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적당히 손해를 감수해 주고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도 좀 생각을 해야 해... 나는 아무에게도 해 안 끼치고 무결하게 살고 있을 것 같냐고
약간 그런 게 있음
회피 당사자가 상상하는 스스로의 모습: 남에게 민폐 안 끼치고 남이 눈치채지도 못하도록 자신의 감정을 꾹 억누르는 어쩌고
실제 회피 당사자의 모습: 본인이 억누르는 거랑 별개로 주변 사람들은 대개 눈치채고 있지만 본인도 힘들어 보이는데 굳이 말하기 뭐해서 모른 척해줌
사실 덤덤충을 찾는 것도 아님
내 인성질도 받아 주고 내 상처도 공감해 줘야 하고 내 변화를 예민하게 캐치하되 그걸 티내지 말고 내가 민망하거나 좀생이처럼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배려해 줬으면 하는 것뿐
사실 이건 관계에서 갑이 되고 싶다는 욕구인데 이렇게 말하면 못돼 보이니까... ㅋ
개인적으로 완벽주의라는 단어를 안 좋아하는데, '완벽'이란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무슨 도자기 깨는 장인 처럼 묘사될 때가 많음. 그래서 완벽주의를 무슨 장점인 양 전시하는 일도 많고
실제로는 실패강박이라고 불러야 함
말이 좋아 완벽이지 사소한 실패에 대한 비정상적인 두려움일 뿐이다.
어제 "회피성향을 배려해 주세요" 류의 이야기를 보고 굉장히 기분이 복잡했던 게
인간관계에서의 회피성은 단순히 피하기가 아니라 "떠넘기기"로 작동하기 때문임...
정말로 관계를 피하고 싶으면 그냥 처음부터 관계를 안 맺는다. 관계는 필요한데 나는 책임을 지기 싫은 데서 문제가 시작됨.
인간관계의 가장 어려운 점은 '아 저 새끼가 싫지만 나도 잘못한 거 있는데' 이 부분인 거 같다. 인터넷에서 보기 쉬운 사이다썰들은 하나같이 나는 잘났고 저새끼가 나쁜 식으로 흘러가지만, 현실의 나는 불완전하므로 실제로 잘못을 좀 저질렀을 수도 있고 그럼에도 저 새끼가 짜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계속 자기 감정을 말해야 하는 건데
기분나빴을 때 제때 말하는 버릇을 들여야
"미안해 앞으론 조심할게"라고 하는 사람이랑 "뭐래?ㅋ" 하는 사람이 구분될 거 아냐...
말하지도 않고 "쟤는 절대 미안해하지 않아!"라고 지레짐작하는 버릇 들이면 전자인 사람들 다 떠나고 쓰레기만 남음
참아준다가 아니라 참을만 하면 만나는 거고 못견디는 날이 오면 끝인거다
갈등이 두려워서 회피하는게 아니라 사람 기분이 상하는건 상대방이 꼭 큰 잘못을 하지 않아도 그렇거든 그래서 내 감정을 말하기가 쉽지 않은거고 너 이래서 내가 기분 나빴다라고 말하면 미안해 할 사람 몇이나 있을까 싶음
사실 창작자 멘탈관리에 가장 중요한 건 그거 같다. 첫쨰로 '내 글이 못쓴 글일 수도 있다' '내 글이 아무도 안 읽는 글일 수도 있다' '내 글이 그저그런 가치 없는 글일 수도 있다'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둘째로는 '그래도 괜찮다'라고 내 글에 애정을 가지는 거. 거기까지가 되어야 오래 쓸 수 있다.
엄청 예전에 이런 사례 본 적 있는 거 같은데
음악인가? 그림인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예체능계 오디션이었던 것 같은데, 가난한 지원자는 그냥 자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걸 영감 삼았고 부잣집 지원자는 무슨 티베트의 드넓은 초원을 여행하던 걸 영감 삼아 작품을 만듦. 합격한 건 후자였고.
백수가 적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 진짜임.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백수인 채 능동적으로 갓생을 살 수 있는 것도 진짜 재능이다.
왜냐면 백수가 되면 게으름과 의욕 없음으로 순식간에 생활 패턴이 쓰레기로 추락하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에 게을러지는 케이스도 있어서...
'가능성 있는 상태에 중독된다'는 상태가 작품에 적용되면 생기는 게 '10년째 설정만 붙잡고 있는 나만의 대작' 같은 작품... 그거 보통 대작은커녕 평작도 될까 말까인데 대작일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집착 때문에 완결도 못 난 불쌍한 망령들임. 미련을 버리고 삭제하든지 완결을 내서 성불시켜야 함
rt) 완전 그거잖아. '미움받을 용기' 같은 베스트셀러가 한창 유행할 때, 너무 소심해서 좀 대범해질 필요가 있는 친구는 그 책 들여다 보지도 않는데 평소 진상으로 유명하던 직장상사 책상에 그 책이 떡하니 꽂혀 있었다는 거...
어떤 조언이든 그 조언이 필요없는 사람에게 가게 되면 위험한 거임.
rt)이거진짜ㅋㅋㅋㅋ
내용이 좆같았던 소비자 = 야 이거 좆같네 니들은 이거 보지 마라 이게 왜 좆같냐면 (아주 일필휘지임)
내용이 좋았던 소비자 = 이거 진짜 좋다 아 근데 이거 미리 말하면 김새니까 꼭 직접 봤으면 좋겠는데 (입 꽁꽁 다물기)
결과적으로 창작자는 부정적 피드백만 접하게 됨
아 그렇지. 글 쓸 때 중요한 거 하나 떠오름.
쓰는 도중에는 어떤 글이든 부족해 보이겠지만 그걸로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완결을 낸 다음에 되돌아보면 그렇게나 부족하고 말이 안 되던 것처럼 보이던 묘사나 이야기들도 의외로 볼만해집니다. 완결된 글이 가져다 주는 구조적 안정성이라는 게 있음.
rt) 저거 비엘 처음 보는 사람들도 자주 말하더라. '아니 동성애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 주류일 줄 알았는데 왜 요즘 작품은 그런 내용이 없어요? 이럴 거면 비엘 왜 봄?' 같은 식으로... 근데 그런 게 없는 이유는... 이미 그 소재가 냄비에 넣고 끓여도 맹물만 나올 만큼 우려진 지 오래라서...
여러분 부디 이딴 헛소리 믿지 마시고 "난 샀는데 안 했어"를 제발 자랑처럼 말해 주세요
여러분 덕분에 창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지갑이 풍족해지고 다음 작품을 준비할 금전 및 시간적 여유가 넉넉해집니다. "샀는데 아직 안 한" 여러분 모두가 이 업계의 빛과 소금이에요.
1인가구가 집밥 해먹는 난이도는 돈이나 시간도 중요하지만 같은 음식에 물리지 않는 무던함이 중요한 거 같음
금전적 여유가 있지만 삼시세끼 카레만 먹어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찢어지게 돈이 없어도 아침에 라면을 먹었으면 저녁엔 밀가루가 꼴보기도 싫은 사람이 있음. 이건 기질 문제.
경제적 습관은 부모가 축적한 재산에 영향을 받는다. 식습관은 부모가 어렸을 때부터 먹여 준 음식의 양과 질에 영향을 받는다. 학습 습관은 부모의 교육 방책과 사교육비에 영향을 받는다. 청소 습관은 어려서부터 자기가 가질 수 있었던 물건과 집 넓이에 영향을 받는다.
그것도 엄청 많이.
결과는 그동안의 습관이 쌓인 것이다. 순자산은 그동안의 경제적 습관이 쌓인 결과다. 몸무게는 그동안의 식습관이 쌓인 결과이고, 지식은 그동안의 학습 습관이 쌓인 결과다. 방 안의 잡동사니들은 그동안의 청소 습관이 쌓인 결과다. 우리는 우리가 반복해서 했던 일의 결과를 얻는다.
요즘은 '가짜 억울함'을 버려야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하고 있다.
아무도 나한테 벌을 주지 않는데 나 혼자 벌을 받는다고 생각해서 씩씩거리며 화를 내거나, 남한테 뭘 맡겨 놓은 것도 아닌데 남이 나에게 뭘 해 주지 않는 게 서러워서 훌쩍거리는 거. 자연스러움을 불공정으로 착각하는 일들.
엄청 예전에 재야의 고수 컨셉(?)으로 큼지막한 '대작' 만화를 준비하며 기본기를 갈고 닦던 사람들을 종종 본 적이 있다. 저렇게 기본기를 열심히 닦으니 분명 엄청난 만화를 보여주겠지 하고 기대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다들 대작은 고사하고 만화 한 편도 못 보여준 채 어느 순간 사라져 있더라고.
저런 플로우들은 보통 시발점이 되는 트윗이 있기 마련임
하루 10분만 걸어도 건강이 좋아진대요~
1) 와 나도 해 봐야지
2) 힘드신 분들은 5분부터 도전해 보세요
3) 이걸 실천하는 나 너무 대견하다 근데 이 정도도 안 걷는 머저리들 진심 개많음
보통 어디선가 3번 트윗이 튀어나와서 혼파망이 됨
약간 그런 거 있음
이거 잘못되면 좆되는 거 아냐? (진로 선택, 직업 선택, 중요해 보이는 인생의 기로)
> 생각보다 별일 없음
에이 이거 좀 한다고 좆되겠어 (사소하지만 확실히 나쁜 습관, 중요히 대해야 할 건 소홀하고 시시한 데에 집착)
> 보통 이게 쌓이고 쌓여서 예상치 못한 임종을 맞는다
[실패를 너무 많이 하면 결국 실패하는 법을 학습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문제집 풀 때 100번 삽질한 끝에 단 한 번 정답을 찾아내는 경험을 하면, 정답을 찾아낸 기억보다 100번을 반복해서 삽질한 기억이 더 강하게 박혀서 나중에 다시 풀면 또 삽질하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나.
왜 사람을 구하셨나요 저거 반대로 해석하면 꽤 재미있다
옳은 일이니까요 - 옳지 않은 일이라면 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 해야 할 일이 아니라면 하지 않는다
다들 그러잖아요 - 남들이 안 하면 나도 안 한다
사랑하니까요 - 사랑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다
이러면 해석이 아까랑 달라짐
자식을 편애하는 부모의 특징 중 그런 게 있다고 들었다. 본인은 자식들을 공정하게 대한다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싫어하는 자식이 집안의 자원을 '��앗는다'라고 생각한다고. 자식이 집안의 자원을 '빼앗'고 있는데도 그걸 용인해 주니 자기는 공정한 부모라고 믿는 거다.
"창작자가 자신의 정확한 수준을 알아 버리면 오히려 발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라는 내용을 유튜브 동영상에서 보고 한참 웃었다
실제로 모든 작가들은 매 순간 '제 글은 쓰레기고 흥행도 못 했고 좋아하는 독자도 별로 없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야 하는 것이다 설령 그게 사실이라도
인용 보니까 "거지는 엄빠카드 못씀?"류의 맥락 없는 소리 하는 사람들 있던데
엄빠카드로 샀으니까 내 지출은 아무튼 0원임ㅋㅋ 이러고 노는 시점에서 가난과는 거리가 있는 인생인 걸 좀 알고 살라는 거임
엄빠카드는 화수분이라서 내가 써도 집안 재정을 거덜내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단 거잖아?
사실 "독자에게 욕 안 먹기"를 목표로 소설을 쓴다는 건 되게 웃긴 일인지도
낭중지추가 되려면 아무래도 뾰족한 부분이 있어야 한다는 게 내가 n년 글쓰고 내린 결론임. 거슬리는 부분을 전부 다듬어서 매끈매끈한 건 아무도 상처입히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누구의 마음에도 뿌리박힐 수 없다.
판타지만 평생 쓰다가 현대물 쓰면 생기는 일
- 현대물 특유의 문법을 전혀 습득하지 못함
일단 단어선택부터가 너무 힘들다 대표님 이사님 이런 거 뭐하는 직업이지 그냥 폐하 저하 기사단장님이 더 무난하고 와닿지 않나 공이 잘나보이는 승용차는 무슨 브랜드가 있지 그냥 마차 태우면 안 되는 건가
RT) "무엇이 결여됐는데 잘 팔린다면 그걸 커버하는 뭔가가 있는 것이다, 보는 사람이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창작자라면 늘 머릿속에 박아 둬야 해... 양판소니 장르 물 흐리게 하는 3류 작품이라느니 욕을 하더라도, 독자가 그걸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작품에는 그만큼의 힘이 있는 것.
이거 되게 웃긴 게, 타래에는 상호보완이니 뭐니 했지만 실상은 제 좋을 대로 끼워맞춘 비용임
월세는 출근 1시간짜리 경기도 외곽 기준
교통비는 회사 옆집 기준
전기수도가스는 잘 때만 집에 오는 사람 기준
식비는 집에서 알뜰살뜰하게 도시락 싸는 사람 기준
그냥 자기 논리에 맞게 막 갖다붙임
마이너 작가가 주화입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본인의 취향 중 어디까지가 마이너고 어디까지가 메이저인지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함
이건 상업성이나 뭐 그런 문제가 아니다...
자기 취향 중 메이저와 겹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홍대병에 걸려서 사람이 이상해지기 때문이다...
너무 예전 사례라서 자세히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의외로 이런 사례가 한둘이 아님. 이걸 보고 '가난한 집 애는 부잣집 애와는 다른 방향으로 경험을 쌓았으니까 괜찮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심지어 가난조차도 부잣집 애들이 묘사하는 가난이 더 잘 팔리는 게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주식이 너무 무서운 게 그거임
[어떤 주에 백만 원을 넣었는데 갑자기 급등을 해서 그 돈이 이백만 원이 되었다] 같은 상황을 가정했을 때
1) 여기서 존버하면 삼백만도 되지 않을까?
2) 아 시발 천만원 넣었으면 지금 이천인데
이 두 가지 사고가 너무 비이성적으로 보인다
예전에도 저 짤이 한 차례 돌았던 것 같은데. 단순히 성과가 저조한 게 문제가 아니라, "상처받지 않기 위해 도전을 안 하는" 게 문제임...
첫짤에도 있는 예시지만, 이를테면 완결을 내지 않는 소설 작가. 완결을 내면 수작인지 망작인지 판가름이 나지만 완결을 안 내면 영원히 아모른직다 상태임.
rt) 좀 씁쓸해지는 게
가난한/불쾌한 외모의/장애 혹은 정신질환이 있는... 등등 약자성을 지닌 남성을 패다 보면 그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의 여성들도 스플뎀 맞음
아니 남자를 팬 건데요 라고 말하지만 당사자 여성들에게 그게 먹힐 리가...? 너네 아까까지 내가 쳐맞던 무기 그대로 쓰고 있는데?
인용들 보니까 인고의 착각을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 없다'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인고의 착각이 문제가 되는 건 "노력"이 아니라 "고통"이 미래를 가져다 준다고 여기는 점이다.
공부하는 자식을 위해 간식을 만들어준다 = 노력
자식이 시험 보는 동안 숨 참기 흡 = 고통 (의미없음)
이렇게 보상체계가 망가져 버리면 어지간한 자극으로는 즐거움을 얻을 수 없게 된다. 보람도 없고 자기가 하는 일의 귀중함도 모르는데 그걸로 즐거움을 쉽게 얻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 그러니 하다못해 자기 자신과의 약속은 지키는 편이, 당장은 괴로워도 장기적으론 즐거운 삶을 보장해 준다.
어쩌다 중간에 이야기가 딴 데로 샜는데, 양질의 문화를 안정적으로 향유했다는 것 자체가 창작에 엄청난 메리트를 주는 것 같다. 원래 돈 많이 들어가는 음악이나 미술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분야인 글 쪽에서도 그렇고, 심지어 창작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요리에서도 그렇고.
저렇게 어긋난 과격발언이 입에 붙었을 때의 문제가, 자기 진심을 제대로 말할 능력을 잃는다는 거.
아무도 날 안 좋아해 > 나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불안감과 좌절감을 어찌할지 모르겠어
퇴사하고 싶다 > 이 회사가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지만 가끔은 더 나은 어딘가를 꿈꿔
솔직히 "샀는데 안 했어"는 "나는 작품을 향유할 시간및 여유가 아직 없지만 그래도 당신의 작품이 가치 있다고 여기기에 미리 돈을 지불했습니다"에 가깝잖아. 가치없다고 여기는 물건에 돈을 쓰는 사람이 어딨어? 창작을 해 본 사람이라면 배부른 소리 지껄이기 전에 그 마음을 감사하게 여기라고.
개인적으로 창작자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는 밈을 정말 혐오하는데
밈만 보면 백만 개쯤 팔아줄 것 같지만 실제로 창작자가 혹해서 그 밈대로 작품 만들면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는 경우가 존많이어서임
그런 밈의 대표적인 예 두 가지가
1. 옛날 게 좋았다
2. 이런 마이너 어디 없나 임
사람은 원래 좀 어렵게 얻은 걸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글 1000자를 쓴 다음 게임 한 판을 해야지 라고 생각한 다음 그렇게 하면 게임 한 판은 내가 한 행위에 대한 '보상'이 되지만, 그냥 아침부터 저녁까지 게임만 100판쯤 하면 솔직히 그건 즐겁다기보단 기계적인 행위가 됨.
그리고 위선자라고 하니까 감이 안 오는데 단어를 조금 달리 해서 표현하면 문제가 더 명확해짐. 사실 저거의 본래 의미는
내 눈치를 보는 개새끼 vs 내 눈치를 안 보는 개새끼
이거거든? 후자가 왜 눈치를 안 보는지 좀 생각을 해 봅시다 어쩌면 내가 좆밥이라고 생각해서 눈치를 안 보는 건 아닐지
[돈이 없으면 소설 보지 말라는 건가요] 라는 말 진짜 싫음
왜 싫냐면 자기 유리할 대로 온갖 대전제를 생략해 놓기 때문임
사실 진짜 원하는 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작가의 노력과 글의 가치를 깡그리 무시한 채] [그러면서도 욕 처먹거나 법적인 처벌을 안 받고] 소설을 보는 거잖아
사실 진짜로 작가가 쓴 여성서사 소설이 읽고 싶어서 그런 것도 아니면서, 작가 본인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는 주제에 그냥 유명 작가의 영향력을 어떻게든 등에 업고 독자들 움직여 보려는 게 진짜 목적이면서, 그 점에 화를 내면 여성의 적이라도 된 양 비난하고. 너무 양심이 없지 않습니까.
이거 꽤 흥미로운 트윗이라 남의 답 달리길 기다리면서 생각을 해 봤는데... "처음부터 급진적인 사람이 아니었다"라든지, "자기 처지가 바뀌었다"라기보다는
가장 급진적인 사람이 가장 실패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그 사람이 원하는 성공은 영영 안 오니까 효용감도 못 얻고.
이런 플로우(다꾸 코르셋이나 마카롱 핑크텍스 류)의 짜증나는 점은 자꾸 단어 자체의 의미를 희석시킨다는 점
핑크텍스는 니가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게 의외로 가격이 나갈 때 쓰는 단어가 아니고요
코르셋은 니가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을 때 쓰는 단어가 아님
실제로 '혹시 난 천재가 아닐까? 내가 쓴 글은 완전 개쩌는 명작일지도?' 라고 생각하는 편이 작가의 멘탈에도 좋고 독자들도 행복해지고 모두가 즐거워지는 길이다.
적어도 '나는 천재도 아니고 글도 개쓰레기인데 뭐하러 쓰지?' 라고 생각해 때려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나은 방향임.
아 맞아 요즘은 소재가 많이 발전해서 저런 거 원하는 사람들이 다른 데로 옮겨갔어
금기의 사랑 좋아하는 사람들은 근친파로 옮겨갔고 주류가 아닌 의외성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메가버스 알파공베타수 오메가공알파수 뭐 이런 쪽으로 옮겨 가서... 이제 굳이 그걸 갈등요소로 쓸 이유가 없는 거지
저 참피란 거 되게 졸렬한 방식으로(...) 역겨운데
작은 생물을 학대할 때 그냥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힌다고 하기는 자기들도 좀 찔렸는지
저 생물은 원래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고 가만히 내버려 둬도 욕심에 자멸하는 탐욕적인 생물이라서 아무도 저런 생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설정을 붙여 버림
자기와의 약속을 안 지키기 시작하면, 그러니까 1000자 쓴 다음 게임 한 판을 한다고 해 놓고 100자 쓴 다음 냅다 게임이나 해 버리면, 동기부여는 동기부여대로 안 되고 (어차피 지금 당장 게임을 할 수 있는데 1000자 그거 왜 씀?) 보상의 값어치도 떨어짐(언제나 할 수 있으니 보상으로 안 여겨짐)
위선보다 위악이 낫다 이 지랄떠는 거 진짜 많이 보이는데... 보통 그 '악'이란 건 자기보다 못해 보이는, 만만한 사람을 향한다는 건 생각을 못하는 듯
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그런 새끼들이야말로 자기가 잘 보이고 싶은 사람 앞에선 '착한 척'을 할걸. 그건 위선이 아닌가?
글에서도 대충 비슷한 양상. 내가 이렇게 엄청난 판타지 대작을 쓰겠다 하면서 설정만 수십 편 쌓고 필사 왕창 해대던 사람들 중 실제로 대작을 완성한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얼레벌레라도 실제 글을 연재하고 완결작을 쌓아 가야 원하는 글을 제대로 써낼 경험치가 생김.
rt) 민식이법 때도 그렇고 요즘 굉장히 자주 느끼는 건데
어린이와 어른이 같은 체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당연히 어른이 어린이보다 더 많이 참아야 하는데. '어른과 어린이는 동등한 존재'라는 말은 '어린이가 어른과 똑같은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라는 소리가 아닌데.
rt)
"작가를 무조건적으로 찬양하지 마세요 작가에게 단점을 알려주세요" 같은 소리 하는 새끼들 특) 작가 미래에 책임 안 짐. 책임질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음. 지나가는 중년 꼰대가 길 가던 사람 잡고 "내가 네 인생에 도움 되라고 말하는 거야 너는 왜 쓴소리 듣길 ��어하니" 하는 급의 개소리임
약간... 그런 게 있어
어떤 작가의 한계가 한 95점 정도인데 100점 130점 150점짜리 작가와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
그 작가는 95점까지 가지도 못하고 한 30점쯤에서 그만둔단 말이야 실제로는 80점만 되어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고 몇몇 독자들은 그 작가가 천만점짜리 작가라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하지만 저축은 꼭 하세요
당장 오늘 먹고 살 돈도 없다면 더더욱 저축을 하세요
갑작스러운 사고가 터졌을 때, 일찍 돈으로 막으면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을 문제인데 그러지를 못하면 악순환의 스노우볼이 굴러가서 크게 좆될 수도 있음
약간 1회용 실드 같은 거임
유병장수 방지용으로다가
rt) 요즘 모바일겜은 뭐랄까... '이거 꼬우면 언제든 접어도 된다'라는 사실을 머리에 빡 박아놓고 해야 하는 거 같다. 접는 순간 내가 지금까지 쓴 돈은 없는 게 되고 내가 뽑은 건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인터넷에서 png 다운받을 수 있는 종이쪼가리인 걸 확실히 자각해야 함
그리고 스포가 좀 있어야 영업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라서... 왜 날이 갈수록 웹소 제목이 '주인공이 힘을 숨김' '악역영애 이번 생은 다를 겁니다' 이런 류의 문장형이 되며, 리디 키워드는 점점 늘어나서 키워드만 봐도 작품 한편 뚝딱이냐를 좀 생각해 봐야 함
요즘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걸 소비함
이놈의 저축플로우는 중간이란 게 없어서 짜증남
한쪽에서는 부모님이랑 살면서 한 달에 40만원만 쓰고 나머지는 저축하면 1억 모아져요^^(찡긋) 이러고 자빠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아 나는 오늘 죽을란다 1억2천 죄다 덕질에 써야지 님들 그거 1억 모아봐야 달라지는 거 없어요~ 이러고 드러누움
"지금의 내 작품은 너무 부끄럽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으니까 열심히 공부를 해서 괜찮은 수준이 되었을 때 공개해야지"
이게 진짜 성장에서 멀어지는 특급 열차를 탄 거나 마찬가지임... 괜찮은 수준이란 건 절대 오지 않고 창작이란 아무리 자기만족을 내세워도 타인의 존재가 필수불가결이라서.
이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배려는 회피성향이 원하는 것이자 회피성향의 문제점 자체임
상대방이 2인분의 책임을 지고 2인분의 배려를 하는 동안 나는 상대방이 책임을 제대로 지는지 제대로 배려를 하는지 확인하는 역할만 하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잘못을 했으면 아무튼 내가 피해자니까 잘된 거고
회피성향을 배려해 주세요 라는 게 말은 좋은데, 그 배려라는 게 상대방이 우물쭈물하는 걸 잘 유도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이끌어 주세요 이런 거면 그냥 병 키우기나 다름없다
저 사람의 "떠넘기기 성향"을 배려해 당신이 그 사람의 책임을 떠맡아 주세요 로 흘러가기가 엄청 쉽다고
예시가 개인 차원에서 끝나도 되는 분야라서 핀트 나간 인용들이 많이 달리는 듯한데
창작 쪽에서는 꾸준히 작품 만들고 완결쳐서 공개하는 쪽이 '기본기'만 파는 쪽보다 성장세가 더 빠르다.
공부에 대한 집착은 고가의 장비에 대한 집착과 비슷해서, 있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함...
두명이 커피학원에 가서 커피를 배웠음
A는 계속 커피를 공부해서 커피에 대한 지식만 깊어감
B는 학원 끝나자마자 바로 카페 차림
B가 커피에 대한 지식은 A에 비해 떨어질지언정 세상이 알아주는 사람은 B일 수밖에 없음. 왜냐면 B는 자기 가게를 열었고 사람들에게 자기를 영업한거라서.
몇 년 동안 여러 키배와 사건사고를 구경하면서 느낀 건데, '난 정신적으로 취약하고 이거 그만두지 않으면 응급실에 가거나 목숨을 끊을 수 있다' 같은 말이 나오는 순간 정상적인 논의가 무너지고 만다.
저거 진짜 유서깊은 트롤전략인데 그래도 정상적인 도덕심을 가진 사람은 당할 수밖에 없음.
"사회적 스킬이 부족한 사람은 사적인 관계에서도 공적인 발화에서나 유지할 법한 거리를 고집함. 그러면 상대방은 '저 사람은 나와 사적인 관계를 맺고 싶지 않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
이렇게 말하면 될 걸 왜 굳이 선넘는다느니 찐따라느니 하는 표현을 쓴 거예요...
방금 알티한 퇴사썰 같은 것도 마찬가지임. 물론 내가 배부르다고 말한대서 남이 반찬을 뺏어 갈 권리는 없고 내가 퇴사퇴사 노래를 불렀대서 회사가 부당해고를 할 권리는 없는데! 그거랑 별개의 문제로!
근데 왜 자꾸 진심이 아닌 소리를 지껄이는 거임?
사실은 날 위로해 달라는 게 목적 아냐?
노력해도 실패하는 일은 비단 창작이 아니라도 자주 벌어진다. 열심히 쓰면 전보다는 나아질 것만 같지만, 창작자에게는 언제나 기복이 있으며 사람은 진보만큼이나 퇴보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내가 작년에 썼던 글보다 올해 썼던 글이 더 형편없을 때, '그래도 괜찮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노키즈존 떡밥 저거 아직도 불타오르네
개인적으로, 노키즈존 이슈가 점점 늘어가는 이유 중에는 "사람들이 아이와 그 부모를 점점 타자화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출생률은 떡락하고 애들의 수는 실제로 줄어 가는데 진상 어린이와 그 부모는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그냥 그들이 낯선 건 아니고?
"나는 남한테 떠넘기는 게 아니라 무서워서 도망치는 거야!" 하는 것도 봤는데... 내가 도망치면 그 문제는 뭐 알아서 공중분해가 된답니까?
문제 상황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고 책임자가 튀었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걸 치울 수밖에 없는데,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떠넘기기가 된단 거임
조언의 딜레마라는 게 참... 조언이 딱 필요한 사람한테 가서 도움이 되면 좋은데, 보편적인 조언일수록 사람들이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게 되니까.
소심한 사람은 '제멋대로 굴지 말고 말조심 좀 해라'라는 조언에 혹하고 대범한 사람은 '너무 소심하게 굴지 말고 할 말은 해라'라는 말에 끌리게 됨.
rt) 독자분들의 정성스러운 피드백에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감사합니다. 차기작은 피드백을 반영해서 잘 써 보겠습니다." 입니다...
아니 이번 작품을 피드백했는데 왜 갑자기 차기작 이야기가 나오냐고요? 이미 이번 작품은 피드백을 받는다고 고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저런 위악론을 보면 은은하게 같잖을 뿐인데
일단 저렇게 '나는 악해질 거야!'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착해서 손해를 본 게 아니라 어리석어서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데다가
자기가 저런 신념을 가지기 시작하면 자기 주변도 서서히 그런 사람들로 채워지기 시작함...
안 써지는 장면이 있다면 그냥 미련을 버린 채 적당히 넘어가고, 잘 써지는 장면이나 정말로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힘을 주는 게 좋습니다. 그게 글의 완성도에도 좋아요. 안 써지는 장면을 잘 쓰려고 노력하다 보면 사족이 길어지기 쉬운데 오히려 그게 글의 완성도를 해치기도 해서...
물론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과격발언은 상황을 뭉개기 마련이고 진심을 들여다보면 저것보다는 더 여러 겹의 문제가 쌓여 있기 마련인데...
계속 마음에 없는 소리를 거듭하다 보면 그 진심이 묻혀서 잘 보이지를 않음. 남들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엄청 해롭다
글을 너무 공들여 쓰려 하다 보면 [이 글을 이루는 모든 장면과 문장이 완벽해야만]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의 글은 그렇지 않고 일부 문장이나 장면들이 적당히 뭉개져 있더라도 그것들이 완결된 글 내에서 제 역할을 하기만 하면 충분히 좋은 글이 될 수 있어요.
내 상상 속에서는 개쩌는 클라이막스와 엄청난 반전 그리고 모두의 눈물을 쥐어짜는 인상적인 엔딩이 있지만, 사실 문장의 형태로 정돈되기 전까지는 어디까지나 허상에 불과하죠. 가장 이상적인 건 작품 자체를 잊는 거지만 그건 쉽지 않으니까, 차선책으론 얼레벌레 대충이라도 완결을 내는 게 좋음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걸 쓰면 되고, 쓰는 과정을 좋아할 수 있으면 되고, 그렇게 계속 쓰다가 어느 순간 테크닉이나 소재나 독자와의 상성이나 그런 게 딱 맞아떨어지면 어떤 작품에서 폭발적으로 반응이 돌아올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통해 글을 더 오래 쓸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내용을 전혀 모른 채 창작물을 고른 다음 두둥 아니 이럴수가 하고 충격받기를 원하는 시대가 지났단 말임... 책 펴기 전에 얼추 이게 무슨 내용인지 예측한 다음, 그 예측대로의 즐거움을 얻으면 그걸로 만족하는 소비형태가 엄청 많아짐
예측을 벗어난 신선함? 있으면 좋은데 기대를 배신하면 안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