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좋아한다. 거기에 일상이 있으니까. 저녁 메뉴를 고민하고 좋아하는 빵을 살 생각에 설레고 잠이 오질 않아서 한숨 쉬고, 볕이 좋은 날에 빨래를 해서 기분이 좋은 사람들. 전철안에서 손에 쥔 핸드폰을 가만 들여다보면 따뜻한 기분이 든다. 다들 조금 지치고 다들 조금 행복하고.
트위터에서 알게 된 李子柒 (리즈치 라고 읽는다고 한다) 유튜브 영상을 하나씩 보고 있는데 토마토 토끼 너무 귀여워서 따라해보고 싶어졌다. 칼질도 잘하고 일도 잘하고 대나무도 척척 베고 낚시도 잘한다. 움직임에 군더더기도 없고 멋져서 언니라 부르고 싶지만 언니가 아니야....
흙 주변의 목재 장식들 뭔가 했더니 토양 펀칭기였다. 웬만한 원예 도구들 봐도 눈도 깜짝 안 하는데 이건 너무 아름다워서 가격도 안 적혀있는 걸 살 수 있냐고 물어봤고 점장님이 세상 뿌듯한 얼굴로 딱 14개 주문 제작한 물건인데 샵에 안 내놓고 문의하시는 분들께만 판매한다고 하셨고
아침부터 남편이 우다다 달려와 끌어 안고 왜 나랑 결혼해줬어 결혼해서 행복해? 아무리 생각해도 피자말고 장점도 없는데 그래서 (다양한 레퍼토리로 징징거리며 안겨온다) 책장 넘기면서 피자 세 조각 냉동실에 있어 하고 대꾸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피자가 아니라 비자였던 것 같다.
요즘 한국 드라마에 빠진 후배한테 대뜸 하와이안 커플이란 노래 아세요? 유행했었어요? 하고 슬랙으로 메세지가 와서…. 옛날 옛적 내가 지금의 너보다 한참 어렸을 때 한국에는 싸이월드라는 것이 있었는데 그때 커플 염장 지르는 추억의 비지엠이였단다 하나하나 친절히 설명해줬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작년에서 올해에 걸친 반년 동안 살짝 정신이 없었어요. 준비하던 일들이 다 무사히 이뤄졌고 운 좋게 거액의 연구비를 땄고 작게 상도 타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도 하고. 제 그릇은 작은데 위로 쏟아지는 것들이 많아 우왕좌왕하다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도쿄가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대도시의 거리감, 맨션의 익명성이라 생각했는데 나기가 오고 나서 다 끝났다. 같은 맨션, 동네 강아지 키우는 이웃분들과 안면트고 나기를 기억하는 택배기사분들과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고 옆집의 애기가 방금 베란다에서 나기 소리가 들릴지 몰라! 하고 소리쳤어 (귀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