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본 가요 중 “내가 아줌마가 되면 젊은 애들보다 못나지겠지만, 남친 너도 배 나온 아저씨일 테니 괜히 한눈 팔지 말고 잘 지내자”…라는 노래가 있는데, 부른 사람과 그 파트너가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이런 모습이라 가사가 완전 허위 매물이란 얘기가 있다. 나는 이 얘기를 제법 좋아한다…
소년 점프 창간 50주년 기념 전시회에 소개된 슬램덩크의 원고들. 인쇄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먹의 농담 차이나 판면 바깥의 요소들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다. 전시가 3부(1.창간 2.90년대 3.00년대)구성으로 따로따로 열렸는데 저도 90년대전은 도록만 구하고 못 가봤네요.ㅠㅜ
아버지의 난처한 침묵과 시무룩해지는 아이의 표정 사이에서, “에이, 그런 게 무슨 상관이야. 다 친하게 지내면 되지” 하며 친구 아빠로서 오지랖을 부리며 그 자리를 수습하긴 했지만, 밈에 휩쓸려 재미 삼아 던져 대다 퇴적된 혐오의 쓰레기더미가 이 사회에 어떻게 앙갚음을 하게 될까…
주변에는 “이 장면을 표제 페이지(도비라)로 쓰고 싶다”거나 “눈은 마주치지 않는다”, “그 전에 마주보는 장면이 하나 더 필요한데…”, “5명이 달려드는 그림 넣고, 다들 우르르..” 등, 전후의 전개를 암시하는 메모들이 있어서, 이 장면을 먼저 떠올리고 앞뒤의 내용을 구상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보시면 풍전고교전에서 한 화가 통째로 컬러인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 에피소드는 90년대 만화잡지 전성기를 상징하는 <소년 점프> 95년 3-4 합병호(발행부수 653만 부 돌파 기념호) 게재분이네요. 이 밀도로 주간 연재 아날로그 풀컬러 19페이지(길다...)...
보통 슬램덩크 오리지널판과 완전판의 차이로 권당 내용 흐름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판형 자체가 달라서 원고의 그림이 완전판은 가로가 더 많이 담겼고 오리지널판은 세로가 더 많이 담겼습니다. 신장 재편판은 수중에 없는데, 검색해 보니 완전판의 판면과 비슷해 보이네요...
큰어린이랑 신주쿠 서쪽 고층빌딩 거리도 걸었다. “엄마 아빠 어릴 때는, 여기서 주술사들이 결계 치고 서로 싸우는 만화가 유행이었단다. 도쿄에 있는 고층 건물들이 지구를 지키는 봉인이라 그게 무너지면 지구가 멸망하는 설정이었지. 지금은 재개발 때문에 그 봉인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지만.”
조훈현의 실전 스승 후지사와 슈코가 술 먹다가 제자가 그리워 그대로 한국으로 날아와 버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한데, 호텔방에서 술과 함께 사흘 내내 조훈현의 기보를 검토하는 등 대국을 갖다가 그의 실력이 입대 전과 다름없이 건재함을 확인하고 돌아갔다고...1977년의 일화.
다케우치 유코의 부고를 듣고 문득 <디오티마>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많은 연예인 중에서도 ‘저 사람이 행복하지 않다면 세상이 뭔가 잘못된 거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웃음이 행복의 시그널임을 믿고 싶게 만드는 배우였다. 안식을 빕니다.
프로레슬러, 정치가 안토니오 이노키 별세. 향년 79세. 아밀로이드증으로 인한 장기 기능 장애를 앓아 왔다. 전후 일본 대중문화의 아이콘 중 한 사람으로 아니메 <타이거 마스크 2세>에서 ‘왕일’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아마도 내가 아니메로 만난 최초의 실존 일본인. 고인의 명복을 빈다.
2009년에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절판된 존 다우어의 [패배를 껴안고: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일본과 일본인]이 같은 출판사에서 올여름 재출간 예정이라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인가. 꼭 재출간되길 바라고 오래전에 빌려읽은 이 책을 이번에는 소장해서 다시 읽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아메토라>를 읽던 중에... 64년 도쿄 올림픽 시각화의 주역들 중에는 당연히(?) 태평양 전쟁 당시 국가 프로파간다에 관여하며 '고기 좀 먹어 본' 사람들이 있는데, 유니폼 제작을 담당한 이들은 여기서는 자유로운 듯... 당시 시각화 담당 스태프들 내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예전에는 일본 학원물 만화나 라이트 노벨 번역할 때면 그 사회를 한국 사회에서 이해 가능한 틀 안에서 그 세계를 재현하려고 노력하는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일본 학원’이라는 것을 하나의 이야기 세계로 받아들이고 그 세계의 룰대로 번역해도 역자나 독자나 크게 거부감이 없는 시대가 된 듯…
<20세기 소년>을 비롯해 일본 문화 속 여기저기에 얼굴을 내미는 기기묘묘한 모뉴먼트 <태양의 탑>과 그 탄생 배경이 된 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그리고 창조주 오카모토 다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인지를 통판합니다. 기타 문의사항은 트위터 DM으로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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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95%가 완벽하지만 나머지 5%의 단점이 그걸 다 없앤단 말야. 바로 나한테 반하지 않는다는 점이지.” 미와 아키히로에 대한 미시마의 유명한 플러팅(?)인데...미와가 “난 존경하는 사람이랑 연애 안 해요. 불쌍한 사람이랑 하지”라고 답하자 “나도 알고 보면 불쌍한 사람이다”라며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