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존소병 #검녹
검존귀환 if
십삼 대 제자 청명이 눈을 떴음 자신은 어느 산속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왼쪽팔은 그대로 잘린채로, 아물어있었음 물론 다른 상처들도 분명 천마의 목을 베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쟁터였는데, 고요한 산이 낯설었음 검존은 몸을 일으켜 화산으로 향함
#당보소병 #청명소병
도장 저 왔습니다
피곤한 기색의 임소병이 문을 열고 들어왔음 신발이 두짝이네? 순간 의문이 들었지만 피곤함에 바로 잊혀졌음
어 왔냐
청명 옆에는 처음보는 사람이 앉아있었음 말끔한 셔츠에 슬랙스 갈색의 짧은 꽁지머리 청명만큼이나 꽤나 생긴...
안녕하세요?
마교와의 전쟁, 천우맹으로 인해 중원은 다시 한번 구원 받았다
다만 모두에게 행복한 일은 아니었다 화산은 청명을 잃었다 그건 그의 정인인 소병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녹림과 화산이 모두 말렸지만 임소병은 멀리 떠났다 발길이 닿는대로 걷고 걷다가 어느 한적한 곳에 자리잡았다 이곳이
잘..어울리네 생각..했던대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턱을 괸 청명이 봄바람을 맞으며 한 생각이었다 임소병이 화산으로 보낼 서신을 직접 들고 찾아왔다 옆에 사랑스런 부인을 데리고 헤실헤실 웃는 표정은 저한테만 보여주는 것인줄 알았는데 아니었음을 이제야 제대로 깨닫는다 지금까지는
아병아
임소병은 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임소병의 시선에 걸린 것은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청명뿐이었다
도장 저 부르셨습니까?
뭔 개소리야 죽을 때 됐냐?
임소병은 부채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잘못 들었나 하고 제 갈길을 갈 뿐이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그 소리는 계속되었다
임소병이 후회한 것은 그 때의 청명을 다독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끔은 제 나이보다 어른스러워 보이는 청명이었지만 그런 다독임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청명도장, 짧은 한마디를 내뱉으면 인상을 쓰던 무표정을 하던 어쨌든 돌아봐주었을텐데 그럼 제가 연모하던 이의 시선 한줌을 받을 수
언젠가부터 청명은 임소병을 의식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시간이 나면 임소병의 처소에 들러 가만히 앉아있었고 부하들과 대화하느라 차가운 표정에 자리하는 미간의 주름도 보곤 했었다 훈련 중 승부욕에 몸이 달아 번들거리는 안광을 쳐다보기도 했다 물론 임소병도 그의 시선을 알고 있었다
저 녹림왕입니다 저 임소병이라고요 그리고 당신의 제일군사입니다
소식이 없으면 죽었다고 생각하십시오 어떤 놈도 상황을 알리기 위해 돌아오진 않을겁니다 그럴바엔 칼이라도 한번더 휘두르라고 하겠습니다
청명도장
아니 저의 주군 나의 총사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인사, 올립니다
건강하십시오
올라탄 자세가 되었다 청명은 저의 얼굴보다 위에 위치한 임소병을 올려다보다가 임소병의 가슴께에 얼굴을 댔다 임소병은 그런 청명의 뒷머리를 쓰다듬었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절대 겉으로 쉬진 않았다 청명이 이유에 대해 집요하게 물어볼테니까
임소병이 청명의 집에 갇힌지 3년이 되는 해였다
검존의 속내는 거짓이 없었음 오죽하면 자신이 화산을 떠나 새로운 물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마지막으로 이름정도야 내어줄 수 있었음 그렇게 녹림왕과 매화검존의 정략혼이 성사됨 혼인식은 당연히 화산에서 진행되었고 검존은 그저 남들이 하란대로 움직여줬음 그리고 당일
백천은 기겁하며 자신은 연모하는 이가 있으니 제발 봐달라 간청함 당신이 안가면 누가가요 라고 비난이 쏟아지는 와중에 검존이 말함 "내가 가마." 모두가 검존을 말렸지만 검존은 그저 사적인 감정이 없는 혼인일뿐이고 자신은 나이 먹을대로 먹은 이제는 쓸모없는 존재라 괜찮다고함
검존앞에서 말을 쉽사리 하지 않던 임소병은 혼인이후에도 마찬가지였음 그저 말 없이 술을 조금씩 마시다가 화산이 청을 받아들어주어 감사하다고 그리고 싫으시겠지만 세간의 눈이 있으니 가끔은 화산을 방문하겠다고 말했음 검존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음 그렇게 밤이 깊어갔고 술병을 쥔 채로
그러던 어느 날. 비가 내리고 모두가 피에 젖어 숨을 거칠게 내쉬던 날. 마교가 부르짖는, 그들의 군주를 위한 기도문에 어떤 혐오도 내비칠 기력이 없던 날. 임소병이 전장 한가운데에서 중얼거렸다.
...검존?
청명이 바로 임소병에게 시선을 돌렸다. 머리가 아픈듯 이마를 감싸쥔 임소병의
처음에 둘이 마주했을 때, 임소병은 청명을 반가워했다 전생의 주군관계는 자신의 인생이 되었고 그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는, 좋은 친우사이가 되는 것에 기대를 품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청명을 만날 수록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묘한 광기였다
네가 내 대신 칼을 맞았잖아
그렇죠?
왜그랬어?
잠이 든 임소병을 안아들고 산을 내려감 검존은 그를 침소에 뉘여주고는 다시 나옴 아직도 달이 밝았음 자신의 이름은 이 혼인을 마지막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가차서 웃음이 나왔음 하지만 별로 상관은 없었음 평화가 찾아온 곳에 검은 필요 없었고 자신은 떠돌면서 여생을 보내려했으니까
그렇게 천하가 안정되고 원래의 삶으로 모두가 돌아가고 있던 즈음이었음 천우맹에 녹림이 들어가있기는 했지만 검존은 본능적으로 그들을 은근히 배척했었음 그래서 녹림은 온전히 천우맹에 녹아들지 못했음 하지만 녹림은 정마대전에서 정말 큰 힘이 되어주었고 중원 모두에게 녹림이 화산과
전쟁이 끝나고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즐기며 연애하는 협녹 마교로 인해 청명은 전생처럼 왼쪽팔을 잃고 임소병은 절맥이 다시 발현함 정도가 심했기에 무슨 영약을 먹어도 몸에 좋다는 모든 것을 먹어도 나을 수가 없었음 그래도 그 사실을 잊은 것처럼 둘은 연애함 행복하게 아주
많은 문파에서 축하선물을 보내오고 모두가 축하연으로 술판을 벌이고 있었음 검존은 술을 잔뜩 들고 어디 산속에 처박혀서 홀로 술을 마시고 있었음 달이 밝았음 과거의 화산이 떠오를 정도로 사형 제가 나이드니 혼인도 하네요 라는 생각을 하면서 피식 웃었음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음
임소병이었음 그는 혼례복 대신 평소처럼 학창의를 입고 있었음 분명 마지막 기억으로는 꼬질꼬질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보니 제법 겉모습을 신경쓰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음 검존은 옆에 철푸덕 앉은 임소병을 보면서 말했음 첫날밤이 아쉬워서 온건 아니겠지? 임소병은 웃었음 그럴리가요
얼굴을 쳐다봤다가, 바로 시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임소병의 복부에서 검날이 튀어나왔다. 말도 안돼.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아병아. 이건 현실이 아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그 마교를 바로 죽였지만 임소병은 쓰러졌다. 청명은 그에게로 바로 뛰었다.
뭐..하시는겁니까?
수갑은 나중에 풀어줄게 당장 뭔 짓을 할지 모르니까
뭐하시는거냐고요
바닥에 엎드려있는 임소병 앞으로가 청명은 무릎을 굽혔다 임소병은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안간힘을 써 고개를 처들고 있었다
너는 이제 녹림왕도 아니고 무인으로서의 힘도 없지 공격 수단마저도
네?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려던 차 누군가 목을 강하게 내리쳤다 임소병은 의식을 잃어가면서 감겨가는 눈을 힘겹게 뜨려 노력했다 청명과 그 주변에 정장을 입은 여러명이 보였다 그리고 정말로 어울리지 않게 청명이 울고있었다
눈을 뜨니 와본적있는 청명의 집이었다 다만 달라진것이라면
가벼운 사고였기 때문에 임소병은 금방 퇴원을 했다 그리고 그 날이 바깥을 자유롭게 다닌 마지막 날이었다
집으로 가보니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집이 엉망이었다 임소병이 당황해서 경찰에 연락하며 두리번거리던 때였다 뒤에서 청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생필품은 다 옮겨놨어 걱정마
뭐가 힘들었느냐
뭐.. 이래저래 많지요 다...
...
다 말로 아뢰지못할정도로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처럼 임소병은 과음으로 잠에 듦 검존은 그를 업고 오랜만에 화산을 오름 색색거리는 작은 숨이 목덜미에 닿을 때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 불었음 무게가 느껴지지도 않은 작은 아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좋진 않았지만 검존은 금방 잊었음 자신의 처소로 가서 침상에 임소병을 뉘이고 본인은 바닥에 누워서 잠에 들었음
이, 이, 이게 무슨일입니까 상공
검존은 저를 살짝 흔드는 느낌에 눈을 떴음
...숙취는 괜찮고?
지금 숙취가 문제입니까 귀한 몸을 바닥에서
사내는 그저 임소병에게 잠깐의 시선을 주었다가 무시했다
저 죽는거에요?
두번째 물음이 되서야 사내가 임소병을 바라봤다
기면 어쩔거고 아니면 어쩔건데
저 지켜주실 순 없어요?
뭐?
사내가 임소병을 잠시 보다 미친놈인갑다 중얼거리고는 다시 무시했다
제가 아는거 다 말할게요
..뭐냐 너?
어느날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현관문을 부술듯이 박차고 들어왔다 임소병은 그들을 그저 쳐다보고 있었다
시이발 끼고 사는 놈있다더니 이거냐
들이닥친 이들은 집 곳곳을 헤집으며 살폈다 임소병이 들어오자마자 다른 이들은 움직였으나 한 자리에 계속 서있던 사내에게 말했다
저 죽나요?
순간에도 임소병을 생각했다. 그가 갑자기 죽어버릴까 겁이 났다. 안돼. 기억이 없더라도, 저만 찢어지는 마음을 지녀도 임소병은 살아야했다. 임소병을 천우맹에 넣고 싶지 않았다. 도망가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전생처럼 올곧았다. 뿌려칠 수가 없어 군사 자리를 주었다. 그날 청명은
아는거 다 말할 수 있어요 저 지켜주세요
뭐로부터 지켜?
청명이요
임소병은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떴다
저 죽었다고 해도되고 실제로도 숨죽이고 살게요 제가 드린 정보로 뭘하든 관여안할게요 그냥 청명에게 돌아가지 않게만 해주세요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다 곳곳에 있던 남자들이 끝났다며
침상에 몸을 뉘울때 둘은 같은 생각을 하겠지 참 넓구나 임소병이 그렇게 큰 부피를 차지하지 않는 자인데도 청명 또한 그리 생각하겠지 전쟁이 시작되고 녹림은 계획대로 먼저 움직여야할 일이 있었음 그 때 우연히 눈이 마주친 둘 둘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핏발선 눈으로 서로를 봤음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날부터 임소병은 거부했지만 청명의 방에서 함께 잤다 청명의 부드러운 냄새가 임소병을 괴롭게했다 청명이 임소병을 향해 누우면 임소병은 그를 등졌다 특별한 일은 없었다 다만 오늘 그의 기분이 좋았던 탓일까 임소병의 목덜미를 청명의 손가락이 훑고 지나갔다
그게 아니라면 화산을 지키다 죽을 생각이기에 자신에게 더 정을 주지못하는 것인지 생각했지만 이것도 자신이 헛된망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 듦 그래서 어느날 또 조용한 색사뒤 자신을 끌어안고 자는 청명에게 이별을 고함 청명이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그게 더 청명다워 웃고 맘
세상은 너같은 놈에겐 너무 위험해
미쳤어요?
네가 죽어버리면 또 나혼자 살아가야 하잖아?
청명이 말을 마치고 몸을 일으키더니 임소병을 바라보다가 나가버렸다 임소병은 청명을 한참 불러대다가 이내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괴성을 질렀다 아무래도 영민한 자는 전후관계를 알아채기 쉬운 법이다
임소병은 자신이 전쟁이 끝나도 살아있다면 그리고 도장도 살아있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상상을 이어보지만 기가차서 그만둠 둘은 엄연한 우두머리고 정말로 희생되어야할 때 희생되어야 하는 자들이었음 청명은 그 날 이후로 임소병에게 공적인 일로만 그를 대했고 임소병은 가끔 달을 보며 울었음
싫으면 싫다고 해줘 제발
임소병의 고개가 다시 청명을 향해 돌려졌고 임소병의 턱을 잡은 청명의 손은 속절없이 떨리고 있었다 임소병은 천천히 저에게로 다가오는 입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싫으면? 싫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있나? 임소병은 속으로 청명을 비웃었다 그리고 그 날에 수갑이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