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 오랜만에 비도 안 오고... 저녁에 시간도 비거든. 너도 요즘 한가해 보이는데... 물론 너 나름대로는 바쁘겠지만! 그 왜... 보고 싶다던 영화 있잖아 내일 내리더라고. 물론 먼저 봤을 수도 있는데! 아직 안 봤으면 말이야... 그게... 나도 아직 안 봤거든...
연하 : 오늘 같이 놀래요?
서로 고백도 못 하고 헤어진 뒤에 다시 만난 연하연상. 근데 서로 좋아하던 건 알았어서 몇 년 만에 눈 마주치자마자 완전 어색한 거 보고 싶다... 연상은 크게 안 변했는데 연하는 좀 어른스러워져서... 연상이 유난히 동요하고... 오히려 덤덤한 연하가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면 안 되냐고 묻고.
연하한테 질리도록 차인 연상...
누가 보면 연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친하지만 기어코 연애는 안 한다는 연하...
연상은 그런 연하를 이해 못하고 초조하기만 하고...
그리고 누군가 술자리에서 연상에게 사귀자고 하고 연상은 술김에 그걸 받아들이고 그 사실을 안 연하는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연하를 너무 좋아하는데 절대 말도 안 하고 티도 안 내는 연상... 연상에게 조금 호감이 있던 연하는 그런 연상을 보며 체념하는데 연상은 또 멀어진 연하 보면서 전전긍긍하는 그런 거 보고 싶다... 그래서 연상이 먼저 용기내 한 발자국 다가가니까 연하가 달리다시피 열 발자국 다가오는 거야.
"와, 나 고백 받았어."
"...!!!!!"
"거절했어."
"........!!!!!"
"연애할 생각 없다고 했지."
"...........!!!!!!!" <-곧 고백하려고 했던 사람
"딱 한 사람 빼고...."
"................?!?!?!?"
"누구냐고 묻더라."
"................."
"궁금해?"
"................?!?!?!?!"
"저 어깨 젖는데 좀 더 붙어도 돼요?"
"그냥 편의점 가서 우산 하나 사자."
"저 돈 없어요."
"내가 사줄게."
"편의점 우산 금방 고장 나요."
"당장은 쓸 수 있잖아."
"편의점 문 닫았을 걸요?"
"무슨 편의점이 문을 닫아..."
"그냥 좀 이대로 가면 안 돼요?"
"너 우산 일부러 두고 온 거 다 알아."
"예전에.. 사귀게 되면 꼭 해야지, 다짐했던 게 있어요."
"뭔데?"
"아무 것도 안 하는 거예요."
"...?"
"곁눈질로 당신 반응을 살피거나 불안한 마음에 아무 말이나 내뱉는 그런 짓 하지 않고, 가만히 당신을 바라보고 싶었어요."
"..."
"당신도 날 좋아하는 걸 아니까 더는 아무 걱정 없이."
"요즘 바쁘네요?"
"응, 너랑 헤어질 준비하느라."
"고생이네요. 치울 게 너무 많죠?"
"응, 완전 지독하게 엮여가지고. 버릴 것도 잊을 것도 너무 많네."
"천천히 해요."
"얼른 해치워야지."
"조금 더 슬퍼해도 돼요."
"그럴 여유 없어."
"섭섭하네."
"그만 좀 나타나. 이러면 내가 널 어떻게 보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