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새끼 만나면 고생길 훤하다는 말도 지겹게 하고 다녔거덩. 근데 이게, 남자란 게 그릏다. 곧죽어도 그 말이 삼켜지는 사람이 있어. 고생길에 끌어들여도 절대 혼자 두지 않는다는 맹세까지 해 가며 놓치기 싫은 사람이 있는 거걸랑요. 평안한 꽃길 위에 혼자 내버려두는 것보다 낫지 않겄니.
안녕하셔요, 설강우임다. 다름 아니라 팔로우 해 주는 분들이 요며칠 좀 늘었는디 미성년자인 분들이 몇 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무리 그래도 작품이 청불이다 보니 고민을 좀 했는데 아직 성인이 안 되신 분들은 1년 뒤든, 2년 뒤든 성인 된 후에 뵙시다.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언젠가 뵙기를.
시간이 약이래?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게 있거덩?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는 건지, 시간이 지났으니 괜찮다 생각하자 하고 체념하는 건지 본인도 모른다니까. 그니까 내가 더 주저앉지 않고 설 힘 있을 때 더러운 거 잘 흘려 보내라. 더러운 거 안고 있어 봐야 썩는 거야. 뭣하러 썩은 내 품고 살래?
어릴 때 명절에, 그때도 별거 없었지. 친척도 없고, 누나가 말수가 많은 것고 아니고. 나랑 막둥이 투닥거리면 엄마한테 혼나고. 그래도 누나가 누나는 누나야. 명절이라고 엄마가 음식 조금 해 놓으면 동생들 준다고 하나씩 집어다가 입에 물려 줬었는데. 근데 니 명절이라고 많이 잡수셨나 봐.
졸라 캄캄해. 누나도 막둥이도 기일이 언젠지 알 수가 없잖어. 기생 생물한테 먹힌 날을 기일로 해야 할지, 몸뚱이 못 움직이게 된 그날을 기일로 해야 할지, 막둥이는 문자 보낸 그날이 마지막이었을까? 그래도 찾아서 부둥켜 안고 운 날을 마지막 날로 생각하면, 건 안 되겄지?
내가 국민학교 때 짜장면이 졸라 먹고 싶은 적이 있었걸랑? 근디 울 엄마가 짜장면을 절대 안 사 주는 거야 돈이 없대나 머래나 근데 그때 짜장면 배달하는 아저씨가 슝 지나가대 그때 딱 생각했지 짜장면집에서 배달을 해야겠다 그럼 짜장면 한 그릇은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 짜장면이 뭐라고 참
막둥이가 좀 예뻤는데, 어떤 놈이 막둥이 좋다고 실실 웃으면서 골목까지 쫓아왔더라. 근데 거 알지. 남자는 남자가 봐야 안다고, 졸라 별로인 놈이었거덩? 근디 내가 째려보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막둥이가 암것도 하지 말라고 나 째려봤거든. 나는, 누나보다 막둥이를 더 무서워했어.
웃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돌잡이 때 말이야, 내가 뭐 잡은 줄 아냐. 글쎄 누나 멱살을 잡았대. 우리 누나가 성품이 온순해도 눈으로 욕도 좀 하거덩? 내 성질머리를 봐라, 이거 다 유전이라고. 암튼간에, 어릴 때부터 누나한테 니가 내 멱살 잡았으니까 누나 말 잘 들어야 한다고 잔소리 잔소리를.
아저씨, 저 앞 편의점은 원플이니 투플이니 막 붙여서 파는데 일케 가격 올려 받음 어째. 아, 됐고, 이거 하나 더 챙길게. 원플원 느낌으로다가, 엉. 아, 내가 필요한 거 있음 여기서 다 사 주잖어. 그만큼 팔아줬는디 한 개 껴 주는 정도 좀 있어야지. 오케이? 오케이, 나 가요, 어.
내 이름을 줄여 불러도 돼요 네가 잠든 사이에 목마른 상처들이 덧나지 않도록 내가 밤을 꼬박 새워 서투른 발음들로 그 위를 덮어줄게요 편히 주무셔요 오늘 같은 날에도 구월이 되어서는 더 생각이 날 텐데 이젠 또 무너지는 것도 버거울 텐데 마음이 다쳤던 건 약도 안 들 테니까
같은 바람에도 졸라 흔들리는 풀떼기가 있고 흔들리지 않는 풀떼기가 있걸랑. 근디 사람들이 대부분 강하면 흔들리지 않는다 생각하는디, 반대로 흔들릴 힘 조차 없는 거면? 이게 말이야, 다 생각하기 나름 아니겄니. 흔들렸다고 니가 졸라 약한 게 아닌 걸 수도 있다 이 말이지. 알아 들으셨는지?
내가 연극부 출신이잖어. 이게, 사람 마음 오간다는 게 졸라 힘든 거거덩? 인간은 진심을 주고받길 바라고, 진심을 계속 확인 시켜 줘야만 하는 그런 요상한 법칙 같은 게 있단 말이야. 근디 이 깡패 새깨도 그 힘든 걸 한다, 졸라 멋지지 않냐. 세상이 아주 그냥 찬란하다, 찬란해.
손에 피 묻히며 살다 보면 나중에는 그게 느껴지거덩? 좆됐구나, 피 묻힌 만큼 팔자 사나워지겄구나. 야, 근데 깡패가 살라면 어쩔 수 없이 피를 묻혀야 되잖어. 그니까 그거지, 그 새끼들을 죽이고 싶은 살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살아야만 한다는 의지. 왜 아침부터 주절거리냐면, 닌 착하게 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