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틸 내가 생각하는 청게
푸른 하늘 아래 매미 소리가 울려퍼지고 피부가 따가울 정도로 뜨거운 햇빛 때문에 급하게 피한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소다맛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살살 불어오는 바람에 땀을 말리며 앉아있다.
틸은 덥다며 짜증내고 이반은 그런 틸을 보며 웃음을 짓는다.
이반틸 우결 보고싶다.
배우 이반. 아이돌 틸 둘이 우결을 하게 됨.
이반은 어릴 때부터 배우일을 했었고 악역, 주역 다 해본 천재배우.
틸은 메인보컬로 1군 아이돌.
처음 공지가 떴을 때 시청자들 반응은 난리가 났음.
ㄴ뭐? 누구랑 누가 우결을 한다고?
-이반이랑 틸......? 진짜 미치겠다.
피부에 끈적하게 떨어지는 땀에 이반의 시선은 틸에게 꽂혔다.
번들거리는 피부.
저기에 입을 대고 싶다.
어떤 맛일까?
짭짤하겠지? 아니면 달 수도 있다.
이반의 시선을 느낀 틸이 물었다.
"너 뭐하냐?"
"......아무것도."
틸은 수상하다는 듯 이반을 봤지만, 더 물어보지 않았다.
틸은 한 입 먹자마자 눈을 번쩍 뜸. 맛있다...! 그러나 티를 내지는 못하고 그냥 툴툴대면서 뭐, 괜찮네...... 정도로만 반응함. 그러나 이반은 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음.
왜냐? 틸은 얼굴로 티가 나기 때문이었다. 상기된 볼과 반짝이는 눈. 누가 보아도 맛있구나... 라고 생각할만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밥 안 먹을 거야?"
"급식실도 아니고 여기 데려왔으면서 뭔 밥이야?!"
"나 도시락 싸왔는데."
"난 없어."
"같이 먹어."
이익...... 한 마디도 안 지는 이반에 틸이 바득 이를 감. 그래, 내가 네 도시락을 다 먹어 치워주마. 이반의 도시락은 꽤나 화려했음. 비싸보이는 것들이 잔뜩.
틸은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된 밥이었기에 허겁지겁 입에 집어 넣었지만, 이반은 깨작깨작 먹다가 결국 수저를 놓음. 그런 이반에 틸은 ? 하며 이반에게 물음.
"더 안 먹냐?"
"응, 배불러서."
"참 나. 고작 그거 먹고 배가 부르다니."
이반이 밥을 먹든 안 먹든 틸은 음식을 남기지 않고 싹싹
틸은 이반에게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었음. 당연함. 틸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이었음.
이반이 아무리 잘생겼다 착하다 뭐다 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음. 이반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틸이 신기했음. 어딜가나 사람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받던 이반은 무관심한 틸이기에
누가 놀려고 하겠어. 게다가 인상도 나쁘게 생겼고 말을 걸어도 반응이 썩 좋지 않아서 다들 틸을 꺼려했음.
그러던 중, 틸이 있던 반에 전학생이 옴. 이름은 이반. 단정하고 생글생글 웃는 미남.
당연히 전학오자마자 학교는 난리가 나고 키도 크고 훤칠해서 여자애들이 무척 좋아함.
저 자식 머리가 아픈가. 틸은 깔끔하게 이반에 대한 생각을 잘라내고 허공에 손가락을 구부리며 기타줄을 잡는 것같은 흉내를 냄. 꽤나 빠르게 손가락이 움직인 걸 보니 많이 연습한 듯 보였음.
이반은 먹은 도시락을 정리하고 틸에게 가까이 붙어 악보를 힐끔 바라봄. 누가봐도 악필.
그렇게 둘의 일상에선 옥상에 가서 웃고 떠드는 일정이 생겼음. 둘은 함께 지낼수록 더더욱 친해졌고 틸은 첫 친구에 툴툴대면서도 잘 챙겨줬고 이반에게 틸은 첫사랑이었음.
둘은 점점 친해질 수록 각자의 고민이 생김.
틸의 경우 혹시 아버지가 시비라도 걸까봐 전전긍긍한 상태였고
"내가 언제 너랑 밥을 먹겠다고 했냐? 사람을 멋대로 끌고 오고......"
"너랑 먹고 싶어서 그랬는데."
"그러니까, 나는 너랑 안 먹고 싶다고!"
성깔 한 번 더러운 틸에 이반은 입을 가리고 감탄함.
'하악질하는 고양이......'
나쁜 소감은 없었고 그냥 경계심 많은 고양이 같다는 생각만 함.
그러나 휘갈겼기에 작곡가의 태가 나는 글씨체와 음표. 이반도 피아노를 배웠기에 악보를 읽을 줄 알았음. 악보를 훑어본 이반은 틸에게 한 마디를 건넴.
"락이야?"
"......! 너 악보 볼 줄 알아?"
"응, 피아노랑 바이올린 배웠었어."
"그래? 그럼 이거 뭔지 알아?"
이반의 대답에 그렇구나. 하는 감상만 던진 틸은 이반이 끌고나오는 틈사이에 가져온 악보를 꺼내서 보기 시작함. 이반은 담백한 틸의 반응에 그저 눈만 깜빡임.
"뭔가 더 말 안 해?"
"뭘?"
"내가 돈이 많다는 거에 대해서."
"그거 알아서 내가 뭐하는데. 내 돈도 아니고."
이반의 경우 자신이 시한부라는 게 문제였음.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이 아이와 가까워지는 건 내 욕심이 아닐까 생각이 듦. 그렇게 멀어질 방법을 생각하던 찰나. 이반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함.
틸은 여자를 좋아했음. 미지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걸 보면 이성애자가 맞았음.
한편, 틸은 숙소에서 개같이 욕하는 중.
"아니, 진짜 말이 되냐고! 여자랑 해도 욕먹을 마당에 남자랑! 그것도 이반 그 놈이랑?!"
틸이 걱정되는 건 하나였음.
그 놈을 만나고 표정관리가 잘 될 것인가.
당연히 안 되겠지, 젠장!
그 놈은 예전부터 저를 따라다니며 귀찮게 했던 놈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감.
틸은 항상 막혀 있던 옥상이 뚫려있는 것에 당황하며 이반을 바라봄.
"옥상은 원래 닫혀있었는데......"
"전학오기 전에 학교 구경왔을 때 내가 뚫었어."
"......?"
틸 다시 당황. 얘 이런 애였나......? 당황하던 것도 잠시. 틸은 눈을 사납게 뜨며 이반을 쏘아봄.
"야, 다 꺼져. 시끄러워."
"뭐야?;;"
"몰라, 쟤가 한 두번 그러냐. 그냥 가자."
"이반! 이따가 우리랑 같이 밥 먹자!"
반 아이들은 이반의 대답도 듣지 않고 자리를 떠남. 이반은 힐끔 틸을 바라보았음.
'도와준 건가......?'
틸이 들었으면 그럴리가 있겠냐며 따졌겠지만, 그는 모르는 일이었음.
그리고 대망의 우결날.
이반은 싱글생글 웃는 얼굴로 차를 운전해서 카페에 옴.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다리를 달달 떨고 있는 틸을 마주함.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평소 같았으면 안녕하지 않다고 성질을 냈을 텐데 방송이라고 잘 받아주는 꼴이 꽤나 재미있었고 기분 좋았음.
이반의 자리는 아무도 앉지 않길 원했던, 그래서 비어 있던 틸의 옆자리였음. 쉬는시간이 되자 반 아이들은 이반에게 몰려들어 여러 질문을 퍼부었으나 이반은 그것이 꽤나 불편했음.
그리고 불편한 건 틸도 마찬가지.
자신의 유일한 취미인 작곡에 집중하고 있는데 잡음 때문에 집중이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