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미술도서관. 소문답게 자유롭고 유기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장치들이 구석구석. 2층 어린이 자료도 작지 않아 가족과 함께 가기 좋았다. 다만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분에선 아쉬움. 서가명이나 공간명을 영어를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쓰거나 ‘기증존’같은 어색한 말이 그냥 쓰이고 있음
저는 직업상 아이가 아주 어릴 적부터 미술관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아이는 현재 전시의 ‘전’만 들어도 기겁하는 십대가 되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도시의 ‘공공’ 공간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익숙해지고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품감상만이 목적은 아니니까요.
연희동에스페프레소 건물로 알려졌던 장석웅주택, 영등포롯데슈퍼가 있는 태양의집. 김중업은 본인 작업들을 파편화시켜 복제하고 이를 재구성한다. 엄정한 질서를 중시하는 기존 건축사(비평)에서 이런 부딪힘, 무질서는 종종 비판대상이 되지만 건물을 경험하면 압도적인 생명감을 인정할 수 밖에.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을 리모델링한 복합예술공간 헤레디움. Heredium은 라틴어로 ‘유산으로 물려받은 토지’라는 뜻이라고. 안젤름 키퍼의 [가을]전이 진행 중인데 대단히 아름답다. 작품을 오래 집중해서 본 게 얼마만인지. 내년 1월말일까지. 작품을 보면 늦가을 지금이 관람 적기인듯.
이 책이 교수님의 생전 마지막 저술이 되었습니다. 절정에 오른 교수님의 작업이 뿌린 유전자가 곧 여러 토양에서 피어나리라 믿습니다. 교수님의 이름처럼, 건축의 범속한 대상에 대하여 사랑을 갖고 말을 붙여주신 분. 성실함으로 연구는 반드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신 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걸 보라고 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글쓰기뿐만 아니라 예술이라는 범주에서 작업을 해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필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소리로 아침 저녁으로 듣고 싶은 문장입니다.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번역,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StillWriting
헤어질 결심 각본집. 각본이라는 걸 처음 사서 읽어봤는데 색다른 경험이었다. 나야 영화를 보고 사후적으로 장면을 떠올렸지만 각본이란 문학이면서 설계도면 같은 것이 아닐까. 도래하지 않은 이미지를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면의 지시어가 영화의 장면을 이렇게 건축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의 참여 작가인 Akane Moriyama 작업 흥미롭다. 건축과 텍스타일을 같이 주제로 삼은 작업들로, 유명한 O House의 커튼 디자인을 했다. 드로잉과 목업 과정이 작가의 말 그대로, "Moriyama intervenes architectural space with textile."
오늘 라디오에서 방정환 선생님이 첫 어린이날 기념식에서 발표한 글을 들었다. 구절 모두가 중요하지만 특히 "이발이나 목욕, 의복 같은 것은 때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가 가장 인상깊다. 의외로 양육자 중 일부는 간과하기 쉬운 내용이기도. 매일 관심갖고 시절에 맞춰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대목.
정교한 학자의 글은 대단히 문학적이며 아름답다고 느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읽은 것 중에는 [헤테로피아]에 해제로 수록된 푸코의 연인이었던 다니엘 드페르 교수의 "헤테로토피아-베니스, 베를린, 로스엔젤레스 사이, 어떤 개념의 행로"를 꼽는다. 이 글은 곤잘레스 토레스의 <무제>로 마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