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랑 얘기하다가. “난 일제시대에 태어났어도 독립운동 안했을 것 같았는데 요즘 생각이 달라졌어. 아마 했을 것 같아. 애국심 그런 게 아니라 빡쳐서. 내가 그런 취급을 받는 게 너무 모욕적이고 치욕스러워서. 요즘 그런 기분이야. 저 새끼가 저토록 기고만장한 게 너무 모욕적이야.”.
지난번 총선 백분토론 때 민주당쪽 대표로 박성민 전최고위원 나왔는데 토론 정말 잘하더라. 어제 나왔던 국힘쪽 대변인 완전 발림. 흥분하지도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이성적으로 조목조목 파고 드는데 새로운 경지였음. 매우 인상적이어서 이름 외웠다. “아, 저분! 박성민이 미래다.”
어떤 순간은 평생 기억에 남는다. 고등학생 때 집에 가려고 버스를 탔는데 어떤 아저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학생, 공부하느라고 힘들지? 여기 앉아서 가”하시며 자리를 양보해줬다. 어쩌면 그분은 그날 바로 잊어버리셨을 테지만 나는 지금도 문득문득 그날의 그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주말에 에버랜드 간다고 해서 요즘 에버랜드 이쁠 때라 재밌게 놀다 오라 했더니 첫마디가 “애들 쫓아다니려면 힘들다”는 반응. 요가 시작했다고 해서 잘했다고 했더니 “요가도 힘들다”는 대답. 난 이런 대화 힘들다. 근황에 긍정적인 얘기를 하면 안좋은 점, 힘든 점부터 말하는 사람.기운이 쏙 빠짐.
처음 봤을 때 사진인줄 알았다. 회화였다. 어떻게 이걸 표현했지?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림 위에 얇은 판같은 게 겹쳐져 있고 그 위에 다시 붓칠이 되어있다. ‘이기봉의 회화는 시각이 포착하는 바의 깊이를 꾸준히 관찰하고 의심하게 하는 동시에 관람자로 하여금 그 표면을 집요하게 관찰하게 한다.’
가족이나 친한 사이일수록 고맙다는 말 못하는 인간들 있다. 그래서 너무 이상하게 반응하는 인간들. 오늘 수박을 사가지고 갔는데 첫마디가 “무거운 걸 뭐하러 들고 왔냐. 수박 들고 다니면 미련하다고 한다”고 해서 진심으로 정색하고 화냈다. 담백하게 “고맙다, 잘 먹겠다” 이게 어렵나.
답답해서 공수처에 전화했다. 공수처 왜 내란범 잡지 않냐고 했더니 이 민원은 듣기만 하겠다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민원이 전달되기는 하냐고 했더니 전달된단다. 여러분도 전화 한 통화씩 하시라. 대신 상담원한테 욕은 하지 마시라. 그분들이 무슨 죄겠는가. 항의의 뜻만 전달하시라. 02-6320-0200
나는 시위 그냥 머릿수 채우러 간다. 특별히 뭘 하지도 않고 구호도 대충 외치고 사람들 구경하는 것도 재밌다. 그저께 시위에선 귀여운 헤드폰을 낀 아기가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아기가 추울까봐 어떤 시민이 아빠에게 핫팩을 주고 가더라. 조그만 두 발에 놓여져 있는 핫팩. 존재 자체로 모두 미소.
“단호박 속 파고 쪄서 달걀이랑 치즈 듬뿍 넣고 4분만 돌려주면 되는데 전부터 한번 해주려고 했는데 지금 해줄까?” 요렇게 잘라서 벌리면 꽃처럼 된다고. 내가 요즘 인터넷에 유행하는 거라고 트위터 사진 보여드렸더니 “어머, 이거 우리 그릇이랑 똑같네!” 완전 맛있고 감사한 맛!
고등학교 때 친구네 몰려 가서 맨날 밥 얻어먹고 비디오 보고 놀았었다. 심지어 내 생일에 친구 엄마가 미역국도 끓이고 잡채도 해서 생일상도 차려주셨다. 이제야 겨우 친구 엄마한테 밥 한번 대접 못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계실 때 뭐라도 하고 싶어서 친구 편에 편지랑 용돈 보내드렸다.
조카에게 말했다. “젊다는 게 뭔줄 알아?” 뜬금없는 질문에 조카의 눈이 동그래졌다. “젊다는 건 생각을 바꿀줄 아는 거야. 생각을 바꿀줄 아는 사람이 멋있는 거 같아. 늙은이들은 도대체 생각을 바꿀줄 모르거든. 다른 의견을 들어보고 생각을 바꿀 줄 아는 거, 그거 진짜 멋진 거 같아.”.
어제 아는 분의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갔었다. 어머니가 세상을 뜨시기 전 호흡기를 꽂고 계셨는데 말씀을 하기가 힘들어 “잘 써지는 펜과 종이를 갖다 달라”고 하시고는 가족 하나하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손으로 다 써서 남기셨다고. 필체에 너무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평일에 가면 예약 안해도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다고 해서 간 금호 알베르. 도대체 이 커다란 거인이 건물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와. 목욕탕이었던 건물이라고 하는데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면서 건물의 천장을 뚫어버린 것. 발상이 천재적이네.
메가스터디 강사 현우진 피식쇼 나왔네. 정부의 입시정책에 대해 “학생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고 한마디했다가 대대적인 세무조사 당했다고. 법인이 아니라 개인에게 세무조사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수입의 60%를 세금으로 내는데 세무조사 당했다고. 이분 예리하고 매우 재밌다.
“아이를 셋 갖고 싶었어요. 근데 아이를 낳고 깨달았죠. 진짜 고민 많이 했는데 이 남자랑은 둘째를 낳을 수 없다 결론 내렸죠. 예를 들면 이런 거에요. 어떻게 빨래를 안털고 널 수 있죠? 그런 걸 결혼 전에 한번도 안해봤다는 거죠. 모든 게 이런 식이에요.” 빨래를 널다가 문득 친구의 말이 생각.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1유로프로젝트가 서울에도 문을 열었다고 해서 가봤다. 오래되고 방치된 빈집을 1유로에 빌려서 새롭고 흥미로운 공간으로 변신시키는 프로젝트. 성동구 송정의 골목 깊숙이 생긴 이 공간은 3년에 임대료가 1유로. 세상엔 멋진 아이디어도 많고 그걸 실현시키는 사람도 많구나.
얼마 전 동네친구네 작업실 갔다가 친구 어린이(8살)가 다른 어린이에게 저녁에 놀러 올 건지 물어보면서 “와도 연락주고 못와도 연락달라”고 해서 그 말에 홀딱 반했다. 어른도 저렇게 잘 표현 못하는데 어떻게 어린이가 저렇게 표현하지? 혼자서 뭔가를 슥슥 그리더니 내게 새해 카드 써준 어린이.
그 아프신 와중에도 ‘떠나는 나’가 아니라 ‘남���서 살아갈 너’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에게 여한을 남기지 않는 게 아니라 ‘너에게 여한을 남기지 않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에게 여한을 남기지 않는 것. 그 순간을 그렇게 마무리하셨다는 게 멋지고 아름답더라.
탄핵 가결 되고 나니, 또 체포가 어렵고, 체포하고 나니 구속영장 안나올까봐 식겁하고, 구속한다고 서부지법에 테러리스트들이 쳐들어가서 폭동을 일으키고, 그러고 나니 또 검찰이 기소 안할까봐 가슴 졸이고.아휴, 내란우두머리 탄핵 열차 왜 이렇게 완행이냐. 과정 하나하나가 쉬운 게 없구나.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뽑혔다는 것도 한심하지만 저런 게 대한민국 검찰총장이었다는 것도 한심하다. 대한민국 검찰 수준이 도대체 어느 정도였던 거냐. 저 지경이었는데 인사청문회는 어떻게 통과했던 거냐. “저는 사람한테 충성하지 않는다” 이 한마디에 문재인대통령부터 전국민이 다 속았던 거야?.
"어린아이일수록 전통적인 성을 기준으로 장난감이나 옷을 골라요. 남성성과 여성성을 너무 작은 상자에 가두기 때문이죠. 가능하면 더 어린 나이에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전형적 성역할에 저항하기 위해 성분리교실을 하는 아이슬란드 햐틀리유치원 경향신문
“우와! 고맙습니다! 이 귀한 걸.” “흐흣, 귀하긴 뭘 귀해. 아가씨가 비오면 들여놔주고, 같이 농사지은 거다 생각하고 주는 거야. 얼마 안돼.” “전 옆에서 자라는 거 구경만 했는데요. 이거면 일년은 먹어요!” “그래그래. 이건 다른 거랑 다르잖아.” “알죠, 매일 물주시고 얼마나 정성들여 키우신지!”.
좋은 아침입니다. 15년 트위터 인생 처음 올려보는데요. 여러분, 오늘 제 생일입니다. 다른 생일선물 말고 윤석열 체포되는 생일선물 받고 싶습니다. 내일 광장에 가시는 분들께 미리 고맙습니다. 덕분에 제 생일선물은 꼭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생일선물로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라!.
얼마 전 친구의 언니랑 하루 데이트를 했었다. 언니는 말끝마다 “네 덕분에 좋은 김을 샀다, 네 덕분에 좋은 물건을 샀다, 좋은 구경을 했다” 심지어 고기랑 냉면을 사주고도 “네 덕분에 정말 맛있는 불고기를 먹었다”라고 말했다. 언니 덕분에 배운 게 많았다. 반응에 관하여, 관점에 관하여.
경험상 모든 것에 너무 안쓰고 절약만 하면 이상한 것에 쓸데없이 돈을 크게 지르게 되더라. 나나 내 친구들의 경우를 보면 어디 한 구석은 숨쉴 구멍을 마련해둬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난 딴 건 다 아껴도 영화 보는 건 안아껴, 여행 가는 건 안아껴, ���피는 안아껴의 항목을 두어개 열어두는 것.
한 달쯤 지났을까 그 아이가 먼저 와서 “할머니, 사랑해”하며 안아주더란다. 이 얘기 듣는데 엄청 감동. “내가 네 나이만 됐어도 다시 공부해서 선생님했을 거 같아. 너무 이쁘고 보람있어.” 언니가 오늘 스승의 날 꽃 받았다고 자랑해서 생각.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하루 먼저.
요즘 유튜브에서 자주 보는 ‘actors on actors’ 배우 둘이서 서로를 인터뷰하는 토크쇼인데 특히 애밀리 블런트와 앤 해서웨이편 좋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만나 친구가 된지 18년이라고. 서로에 대한 깊은 우정과 서로의 연기와 영화에 대한 얘기를 유쾌하게 깊이있게 나누는데 완전 좋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하는 최우람작가의 [작은 방주] 전시, 완전 흥미롭고 재밌다.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조각이라고 해야 할까. 기계들의 퍼포먼스라고 해야 할까. 정교한 설계를 바탕으로 움직임과 서사를 가진 기계생명체를 제작하는 최우람작가. 최근 본 전시 중 가장 동시대적이면서 흥미로웠다.
모르는 동네에서 밥을 먹을 때 검색을 하진 않는다. 동네주민에게 묻거나 식당이 풍기는 어떤 힌트들을 보고 선택한다. 막상 안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는데 식당 앞에서 김치 담는 거 보고 들어간 집. 직접 김치도 담는데, 김치 담는 규모가 이 정도면 손님이 진짜 많은 집이라는 것. 물론 완전 맛있다.
‘경찰의 한 간부는 “용산경찰서는 대통령실 경호, 경비나 대규모 집회, 시위 대응을 해보지 않은 곳이다. 종로서가 70년 넘게 해왔는데, 그런 역량과 경험은 쉽게 갖출 수 없다. 준비 없이 대통령실을 옮겨서 용산서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 사고가 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