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켕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던 배우 케이의 스캔들은 대중에게 그야말로 충격을 선사했다. 연예면에 대서특필된 기사에 따르면 케이는 성공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팔아넘기는 헤픈 인간이었다. 지금의 자리는 어머니뻘의 스폰서가 거액을 들여 닦아 놓은 것으로, 그가 연차에 비해 과분한 배역을 맡는 이유가 그 스폰서 덕이라는 내용은 덤이었다. 기사에는...

비상에 정을 붙이면 비정상이 되는 것은 평범한 이들의 비정에서 비롯되었음이 틀림없다. 1년하고도 3개월을 교제한 연인(25세, 자칭 모태 게이)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무라타 후마(27세, 못지않게 게이)는 평범하다는 말이 싫어졌다. 보통의 연애를 하고 이상적인 가정을 꾸리는 것을 표준으로 여기는 평범한 사람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가끔 후마는...

난기류는 매번 새롭게 두려웠다. 죽지 않는다는 걸 아는데도 죽을 것 같은 기분. 유다이는 문득 소름이 돋는 느낌에 집안으로 들어서다 말고 어깨를 가볍게 돌려 털었다. 현관문을 여닫는 것마저도 버거울 정도의 피로였다. 아무리 단거리 노선이라지만 국제선인 데다, 사흘 연속으로 이착륙을 하루 두 번씩 감행하는 건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착륙 후 기내를...

히어로 만화의 공식. 반드시 누군가는 죽는다! 하지만 후마는 그건 너무 슬프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죽지 않는 히어로 만화가 나올 수는 없을까. 고심하던 그는 급기야 죽어도 죽지 않는 이들, 그러니까 영원불멸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으나. 편집자에게 가차 없이 킬 당했다. 그래도 K(만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는 결말에서 죽어야...

거짓된 사과와 진실된 몰염치 중 어느 쪽이 더 나쁠까. 의주는 치열하게 고민했다. 며칠째 눈꺼풀이 뻑뻑했다. 수면시간과 건조함의 정도는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요 며칠 잠을 잘 자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눈을 자주 비비면 안구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을 떠올린 의주는 그저 눈을 지그시 감았다. 역시 말해야겠다. 결심까지는 몇 날 며칠을...

기대기를 기대해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만 내용은 관계 없습니다 한국 활동은 계획에 없었는데. 하루아는 왼손에는 한국어 대본을, 오른손에는 번역을 거쳐 일본어로 쓰인 대본을 쥔 채 고민에 빠졌다. 시나리오는 마음에 쏙 들었다. 당장 하겠다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문제는 촉박한 준비 시간에 비해 조악한 제 한국어 실력에 있었다. 간단한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