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가장 추한 순간은 언제일까. 영중은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무참하게 짓밟히는 순간을 상상한다. 그의 손에서 이천 원짜리 소프트콘이 녹아 형체를 잃어가는 사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온갖 네이트판 다음카페 인스티즈 발 쪽팔린 썰들이었다. 너무 예쁘네요와 농협은행 어디에요. 우리가좍. 어제 내 세상이 무너졌어. 한가한 방학,...

성준수는 이미지를 동경했다. 한 장의 이미지로부터 찰나와 찰나가 핍진하게 달라붙어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보았다. 이미지를 보는 것은 이미지를 소유한 자의 내면을 보는 일이다. 그래서 예술은 결국 재현이다. 자기 안의 실체 없는 욕망을 진짜처럼 멋지게 보여주는 놈이 최고란 뜻이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에는 내밀한 외로움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에는...

빵준 양키선도 / 폭력적, 자극적인 묘사 및 소재 다수

제 1회 빵준 온리전에서 발간했던 소장본 <유효기간준수>의 외전 웹공개분입니다. 감사합니다. Q. [게이 연애 상담] 학교 남선배가 남자로 보입니다. ㅈㄱㄴ 17살 고등학교 운동부 부원입니다. 평생을 헤테로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작년에 졸업한 학교 선배를 오랜만에 보고 정체성을 깨달았습니다.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요? 옛날에 경기했을 때 선배가 저...

제 1회 빵준 온리전에서 발간했던 소장본 <유효기간준수>의 외전 웹공개분입니다. 감사합니다. Q. [게이 연애 상담] 학교 남선배가 남자로 보입니다. ㅈㄱㄴ 17살 고등학교 운동부 부원입니다. 평생을 헤테로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작년에 졸업한 학교 선배를 오랜만에 보고 정체성을 깨달았습니다.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요? 옛날에 경기했을 때 선배가 저...

날 태워봐. 기름을 바르고 내 몸에 불붙여봐. 마녀처럼 날 화형시켜봐. 쓰레기 봉지로 날 포장해서 소각로 속으로 집어던져봐. 나는 다이옥신이 되어 너의 폐 속으로 들어간다. 내 얼굴을 면도칼로 가볍게 긋고 스며 나오는 피를 빨아봐. 고양이처럼 그 맛을 즐겨봐. 그래서 나는 피투성이가 되고 싶어. 내 안에 있는 나는 무엇인지, 어떤 추악한 것인지 한 번도...

제 1회 빵준 온리전에서 발간했던 소장본 <유효기간준수>의 외전 웹공개분입니다. 감사합니다. Q. [게이 연애 상담] 학교 남선배가 남자로 보입니다. ㅈㄱㄴ 17살 고등학교 운동부 부원입니다. 평생을 헤테로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작년에 졸업한 학교 선배를 오랜만에 보고 정체성을 깨달았습니다.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요? 옛날에 경기했을 때 선배가 저...

“뜨거워요.” 성준수가 기억하는 전영중의 첫인상. “가끔은 안쓰러워서 안아주고 싶기도 한데.” 성준수가 지켜본 전영중의 인생. “정신병자라서 그래 주진 못해요. 또 무슨 이상한 생각이나 할 테니까.” 성준수가 생각하는 전영중의 민낯. 웃는 얼굴로 꽃의 목덜미를 헤집던 플로리스트의 손이 부자연스럽게 멈췄다. 음… 문병을 가시는 건가요? 성준수는 고개를...

이 빙시 같은 새끼들아. 그 새를 못 참나. 내가 밖에서 암것도 안 하고 가만히 서 있을 줄로만 알았나. 내도 내 나름대로, 지원 요청도 하고 그랬다. 이 무슨 말인지 아나.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았으면 지원 도착해가 다 멀쩡하게 돌아올 수 있었을 거란 말이다. 근데, 근데... 니들 와 그랬나. 서울 아들은 원래 다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나. 진짜......

지나간 봄을 위한 변론 어둠으로 가는 긴 여로 外-1 장장 삼 년 만에 만난 지국민은 키가 더 커져 있었다. 시선이 어디로 가 있는 건지 알아보려면 목이 뻐근할 정도로 올려다 보아야 하는 게,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못해도 2센티 이상은 자란 것 같았다.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체격인 탓에 아닌 척 흘긋 돌아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져서 마음이...

빵준 온리전에서 판매되는 소설본 <유효기간준수> 샘플 페이지입니다. 본편 링크 외전 링크 구성 소장본 + 선입금 특전 책갈피 (6종 중 2종 랜덤) 샘플 이미지 위의 이미지들은 샘플 공개를 위해 무작위로 선정된 페이지들이며, 연속되거나 순행적이지 않습니다. (페이지 번호를 참고해 주세요.) 수령 방법 빵준 온리전 현장수령 합배송 (+0) *바른 생활...

沙下 아타루 作 1. 영중의 윗집 사는 부부는 개를 한 마리 키웠다. 영중은 윗집 부부와 안면을 트기 전부터, 그러니까 그 집에 이사를 오기 전부터 거기 개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영중이 주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인간이어서는 아니다. 잠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불면에 시달리고도 남을 울음소리가 그 원인이다. 밤이고 낮이고, 난데없이 들리는 개...

2023. 12. 02 빵준 온리전 제9B

“야, 준수야.” “……” “야!” 약한 발길질에 준수가 앉아 있던 의자가 덜컹거렸고 거기 앉아 있던 준수의 몸이 반사적으로 튀어올랐다. 아 씨발…. 욕을 짓씹으며 준수가 마른세수를 했다. 흐릿한 시야에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준수는 손등으로 눈을 비볐다. 잠시 흐렸던 주변이 선명하게 보였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서 훈이 씨익 웃으며 준수를 내려다보고...

23년 10월 대운동회에서 발간했던 환효님과의 가비지사운드 AU 트윈지 <코드 어레인지> 내의 미공개 원고 아타루 파트 유료공개입니다. 환효님의 원작 비가역적 로큰롤 ; BORN TO BE BASS을 준수 시점으로 풀어냈으며, 원작을 읽고 감상하시면 더 재미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원작은 이쪽입니다!! track 1; 천재의 자질 “얘들아. 뮤지션이...

아타루의 리퀘박스

설정.. 저도 잘 모르겠으니 자유롭게 생각해주세요 보면서 드는 의문 저도 해결 못해드릴 가능성이 큼 (질문은 하셔도 되는데 모른다고 답해도 이해해주세요.. 당신이 이해 안되는부분=제가 이해 안되는 부분) 개연성 없는 전개 싫어하시면 보지 말아주세요!!!준수가 많이 우는데 괜찮으신 분만...이번에도 노래 추천해주시면 감사히 듣습니다. 아래는 소장용...

이 개 좆같은 기억을 잊고 새 삶을 살 방도를 찾아보자. 대가리가 깨질 때까지 시멘트 바닥에 박아 볼까. 머리카락 빡빡 밀고 포스트 전영중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해 볼까. 모든 일의 원흉인 전영중을 죽여버릴까. 아니지, 안 되지. 그만한 상처 고치려면 병원비가 드니까. 머리를 미는 건 아무래도 실연당한 애새끼 같으니까. 공연히 인생에 빨간 줄 추가하고...

沙下 아타루 作 7. 영중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 잠에서 깨어났다. 새가 조용히 우는 아침. 영중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얇은 흰색 커튼은 그 너머에서 들이치는 빛 때문에 원래 색보다 더 밝아 보였다. 한 손으로 눈을 비비니 온몸의 감각이 차례로 돌아왔고, 그러자 다른 팔에 놓인 한 사람분의 압박감이 느껴졌다. 제 몸과 영중의 몸을 밀착하고 잠든...

그날 후로 준수는 영중을 만나지 못했다. 1층에 있는 4학년 실기실에 하루 종일 자리를 깔고 앉아 그 애를 기다려 본 적도 있었다. 만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우선 만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다. 정말이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단 말이다. 그 애를 죽이던지 제가 그 애의 손에 죽던지 둘 중 하나는 해야만 할...

안뇽하세요여로붕 타루예요 다들 행사 재밌게 즐기셨나요? 저도 너무너무 재밌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ㅃㅈ러라니??? 이렇게기쁠수가... 부스 돌아댕기면서 따숩게 맞아주시는 부스러분들이랑 노는 것두 넘 좋았어요... 흑흑 행사 또 줘... 이 기분을 오래오래 남기기 위해 늦게나마 후기를 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이 사람은 대체 왜 행사가...

언제나 내 몸 바깥의 세상이 궁금했다. 단 한 번 직접 목격한 세상은 오직 선명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방금까지 나와 경합하던 상대 팀 스몰 포워드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돌이 됐다. 돌이 된 동료를 발견한 선수들은 바닥을 기다 돌이 됐고, 응원을 보내던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다 돌이 됐다. 겁에 질려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마지막을 맞았다. 오른쪽 눈은...

정적. 내가 정말 살아 있는 것인지조차 믿을 수 없는 성준수에게는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성준수는 제 발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발에 무언가를 딛고 있다는 감각이 있다. 성준수의 무게가 성준수의 발을 짓누르고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여기 내가 있다. 최소한의 보루가 확보된 후로는 온 힘을 다해 매캐한 냄새를 맡는다. 맹렬한 화마 이후 비가 내리면...

세상에 빨간색만큼 솔직한 색이 있을까. 익어가는 사과가 제 달콤함을 뽐내는 색. 얻어맞거나, 할퀴어지거나, 찔린 상처의 색.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색. 그리고, 사랑을 들킨 자의 뺨이 띠는 색. 손으로 쓰다듬으면 정상보다 조금 더 따뜻한 온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되는. 그만큼 가장 원초적이고 강렬한 빛깔이 또 있을까. 인간은 몸에서...

沙下 아타루 作 15. 성준수를 요약하는 세 가지 단어. 도전, 책임, 증명. 도전은 망설이지 않는다. 마음먹은 일에 책임을 진다. 그리고 마침내 증명한다. 제 인생을 다시 쓰자면 이런 문장이 되지 않을까 준수는 스스로 생각했다. 준수조차도 종종 제 인생을 반추하며 어렸다, 또는 겁이 없었다는 감상을 내뱉곤 했으니까. 하지만 크게 감흥을 느끼지는 못했다....

沙下 아타루 作 21. 백미러에 비친 성준수의 얼굴은 창백하다시피 희게 보였다. 계기판의 바늘이 과속과 지정 속력을 왔다갔다하고 있었고, 창밖 풍경은 마치 유화를 일부러 문대 놓은 것처럼 흐릿하게 스쳐지나간다. 이상한 것은, 움직이는 것이 이 차가 ��니라 풍경인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 아주 작은 진동 하나 없는 조수석에 앉아 영중은 이 차는 사실 부산으로...

*간접적인 성행위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준수는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며 절그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가리고 있던 담요를 치우니 그라인더와 재봉틀 같은 온갖 장비들을 정리하고 있는 마츠오카가 눈에 들어왔다. 오전 여덟 시 반. 새벽 작업을 하고 작업실 소파에서 눈을 붙인 지 고작 두어 시간 지난 후였다. 준수는 급히 몸을 일으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