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께는 전쟁통에 헤어진 쌍둥이 동생이 계셨다고 했다. 다 닳아서 보이지도 않는 사진을 늘 지갑에 지니고 다니시며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셨지만 이산가족 상봉 때마다 번번이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나중에는 아마 먼저 갔나 보라고 슬퍼 하시던 기억이 났다.
얼마 전부터 매장 구석 안 보이는 곳에 귀뚜라미 한 마리가 들어와 가끔씩 소리를 내는데, 어제는 어쩐지 한시도 쉬지 않고 울어 대길래 시끄럽다고 투덜댔더니 옆에 있던 직원이 “가을이 되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봐요.” 라고 했다. 두고 두고 기억하고 싶은 예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