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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동거 1 이 세상에 망돌이 되고 싶어서 망돌이 되는 아이돌은 없을 것이다. 양정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막막한 연습생 생활을 버티고 버티고 버텨 인고의 시간을 지나 겨우 그룹이 완성됐을 때만 해도 양정원은 데뷔가 이 길의 종착점이라고 생각했다. 불확실한 미래와 불안의 결실이 고작 스테이지 1의 마지막 장이라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사람들은 보통...
직사각형의 태초. 양정원은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지하철 물품 보관함을 자궁 삼아 태어났다. 미세하게 열린 문틈 사이로 새어들어오는 빛. 예민한 감각을 일깨우는 발소리. 터져 나오는 우렁찬 울음과 꽂혀드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들. 연베이지색 포대기 아래 깔려있던 공책을 대충 찢어놓은 종잇조각. 휘갈긴 글씨체. 2월 9일생, 양정원. 저를 버린 부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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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동거 5 양정원이 어려서 무모할 수 있는가, 거침없는 그의 행보에 대한 이유를 묻는다면 대답은 NO다. 현실적으로는 어린 나이일지 몰라도 아이돌이라는 직업적인 특성을 감안한다면 스물다섯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었으니까. 양정원은 살아온 삶의 무게가 결코 어릴 수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함께 살고 있는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