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겠���. 나는 못 지냅니다. 사실 왜 나 없이 잘 지내냐고 땡깡부리고 싶은 것도 참는 거라서요. 여긴 오늘도 비가 옵니다. 하루종일 맞고 다닐 생각은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해야 조금이나마 그리움을 씻어낼 수 있을까 해서. 그리고 혹시라도 당신이 데리러 와 줄까 하는 염치없는 기대감에.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 닳아질 순간까지 수면 아래에서 미약한 호흡을 유지하고 있을게. 그리움은 사치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얼굴 보는 순간 다 내던지고 육지를 탐하게 될 것 같아서. 하지만 삶이 너무 힘들 때는, 찾아와. 불러. 파도의 소리가 메아리치면 비로소 우리는 만나게 될 테니.
왜요, 나도 좀 망가지겠다는데. 조막만한 꼬맹이 때부터 신의 노여움을 샀네 팔자가 기구하네 저주받아 귀신들린 자식일세 별소리를 다 하면서도 굳건하게 땅에 두 발 딛고 서서 버텨내는 게 당연시된 게 언제부턴데. 난 좀 무너지면 안 돼요? 어두워지면 안 돼? 그게 그렇게 패악스런 일이야? 어?
건네려던 말은 잠시 삼켜 둔 터라 짤막한 발걸음은 그저 먼 발치에서 잠시나마 안부를 확인하려는 의도임으로. 대화는 추후 재개될 설렘을 품은 채 일시적인 휴식을 취한다 여겨 주면 고맙겠고. 대신 불러주는 목소리를 외면할 만큼 박한 택시 기사는 아니기에 오신다면 대답은 들을 수 있을 거란 뜻.
한여름의 낭만에 젖은 바다가 아니라 아무도 찾지 않을 차가운 바다를 마주하고 그리고 그렇게 너를 기억하며 천천히 걸어들어가는 거야 몸을 감싸는 한기가 단번에 나를 집어삼키면 그 때야 비로소 알게 되겠지 아 이곳은 나의 안식처구나 나는 애초에 너와 함께 해야 했던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