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ssica Jo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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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애정에 수신인이 필요한 것처럼. 자루 없이 날만 남은 검, 어딜 향해도 혈흔의 궤도만 그려지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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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살고 봐야 한다는 말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실 내가 입 밖으로 꺼내는 단어의 대부분이 그렇다. 생존하라. 또 생존하라. 핏물 닦고 기어이 도약하기 위해선 네 심장이 널 위해 뛰어야 한다. 고통에서 환희까지 모두 네 것이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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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슈퍼히어로 자경단도, 타고난 협잡꾼도, 누군가의 동료도, 한심한 프리랜서도 될 수 있는 게 나다. 친절한 이웃? 이미 있잖아. 그건 할 생각도 없다. 헬스키친의 악마? 장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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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사립 탐정인지 비정규직 히어론지 아무튼 그게 되려면 휴대폰 맛이 갈 때까지 충전하지 않는 능력을 길러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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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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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의문을 가지면 어디 한구석 단단히 틀어져 비운 섞인 채 맞물렸단 뜻이니 답을 구해 주길. 물음표 갈아 만든 갈고리, 그것만큼 심장 긁어내고 할퀴는 것 없는데도. 알아, 안다니까. 내 일도 아닌데 나섰다간 운명에 꿰뚫리겠다 염불 외는 건 속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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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늘 달리고 있잖아. 침잠한 영혼 뒤늦게 건지기 두려워 차라리 먼저 죽겠다고. 죽기 전 눈에 담을 여명이 피로 번진 네 목덜미는 아니길 바라며. 그러니, 답을 구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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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라도 생겼나 내심 궁금했어. 내민 손 거둬 자켓 안으로 숨기는 법 같은 거. 아무렇지 않게. 변함없이 노no와 하우how뿐인가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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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하지 않게 된 데에는 별 이유가 없다. 존재가 의심스러운 신의 발치에 꿇어앉아 곡을 할 바엔, 눈물 닦아내고 싸우는 편이 나았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처음부터 나 자신뿐이었고, 그건 스스로에게 내리는 구원자의 사망 선고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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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어스 탐정 사무소는 요즈음…
• 잠기지 않던 문 수리 완료.
• 그러나 간판이 달려 있던 유리가 파손.
• 내려앉은 선반 수리 완료.
• 그러나 수리 중 위스키 담긴 잔이 깨져 사무소 주인 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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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고 해서 거창할 거란 편견은 버려. 혈연이든, 법적인 관계든, 둘 다 아니든, 그냥 그런 거야. … 뭐라고? 가끔 거지 같긴 한데, 없으면 못 사는 거라고? …… 그렇대. 내 의견은 반영 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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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깊고 고민 진하단 이유로 무릎 베개 삼지 말라고. 다신 못 일어나지. 위스키 못 마시면 어때. 잠 못 드는 또 하나의 달무리가 네 고배 될 텐데. 비 오기 전에 술 삼키는 법을 익혀둬. 물 탄 맛은 더럽게 끔찍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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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5단계라고 들어봤냐? 1단계부터 5단계까지, 순서대로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란다. 6단계는 알코올, 7단계는 자경단, 8단계는 히어로다. 조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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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위치한 곳이 실은 중심이란 이야기, 그딴 게 뭐가 중요하다고. 허접한 낭만과 가엾은 위로 패키지론 택도 없다. 버번이나 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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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더라, 특정한 직업을 가지면 흔히 하는 거짓말이 있다고. 사립 탐정은 반대로, 이런 말들을 확실하게 못 박아 둔다. 사람 대신 죽이는 일은 안 한다, 의뢰비는 돈으로 내라, 내 잘못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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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사랑 뒤돌아 사멸인 걸 모르겠어, 내가. 고르고 골라 제일 투명한 검 심장에 쑤셔넣고 반 바퀴를 돌리겠지, 상처 찾아 봉합조차 못 하게. 난 네 버릇을, 넌 내 버릇을 익혔으니. 어디가 약하고 어디가 무르며 어디가 피 삼켜 내도록 곪았는지는 네가 제일 잘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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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마음을 먹어 뱉어내기보단 다른 것으로 덮는 쪽을 택했다. 어설프고 서글픈 바람에 겉장이 넘어가 속을 드러내도, 당장은 벗어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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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뻔하지.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제 갈 길 가다 보면 언젠가는 돌아와.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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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견고하고 광활하다면, 선은 연약하고 날카로워서 어디든 틈을 비집고 들어간다. 고백으로, 걸음으로, 저항으로 이어질 그 티끌만 한 것을 위해 몸을 내던져야 한다. 비록 추락의 그림자를 매단 비상이 나의 의지가 아닐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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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나 잘 때 저런… 저런 거 안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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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꺼낼 수 없는 말들이 있다. 처음부터 하지 않기로 약속한 말, 생각조차 죄악이 되는 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말.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단어와 온점, 느낌표를 짓씹었던가. 설익은 고기처럼 붉고 미끄러운 덩어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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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마음과 호의를 양식 삼아 사는 사람들을 우리는 호구라고 부른다. 희생, 순교자, 영웅 같은 것들은 너덜거리는 이름표일 뿐이고. 알잖아. 마음에 안 들면 삭선 몇 줄 그어서 치울 수 있게 붙여두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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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못 충만함을 참을 수 없어 가지런히 모은 손에 얼굴이나 묻는 날들. 하나 바라옵건대 내 믿음에 깃발 꽂지 못한 그분께선 회한을 고해로 듣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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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list] humanity sucks and they don’t deserve saving… (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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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인생이, 타인의 목숨이 내 손에 달렸다는 사실을 체감할 때보다 두려운 순간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끔찍한 건, 난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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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위스키를 냉장고에 넣어. 아무리 텅 빈 냉장고가 안쓰러워도 그렇지, 늦더위에 돌았나. 성조기 휘감고 영웅 왈. 마실 거면 제대로 마셔라. 질과 값 못 챙긴 술 향마저 잃으면 그게 오줌이지 술이겠냐며 애통해하셨단다, 머저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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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의 죽음은 영생이 된다. 네 목을 천 번 하고도 열 번 더 꺾고 나서야 나는 인정했다. 네가 영영 꺼지지 않는, 다만 세게 쥐어 터뜨리고 싶을 뿐인 심장을 가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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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안 자는 게 버릇이 되면, 자연스레 그 공백을 술로 채우게 된다. 결론은, 당신들은 왜 안 자는지 설명이나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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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치 기력, 사회성, 예의범절, 이해심, 인내심 모두 소진되었다. 문의 시에는 무응답으로 응답한다. - 탐정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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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를 정하자.
- 네가 절대 안 쓰는 말로. ‘정어리’나 ‘피클 국물’.
- 이런 단어를 말하면, 넌 너인 거야.
- 내가 절대 안 하는 말.
- ‘사랑해’ 같은 거.
- 그것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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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의 결과가 편지와 위스키, 셰익스피어의 비극이라는 걸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폐암이나 죽음, 희생이나 유언 같은 것보단 낫겠지. 그래서 나랑 안 맞는 건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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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네 꿈을 꿔. 심몽이다 잡몽이다 말은 많지만 네 얼굴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겠다, 이따위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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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know why I live alone?
- People don't like you?
- People distract me. Now, I don't give a bag of dicks what kinky shit you're into. Just be into it quiet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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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노력이라는 걸 좀 해야지. 그래야 인간 아니겠냐? 오늘부터 금주를 그만둘게. 너희들도 알아서 노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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