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조 주의... 극장판 후유증으로 두서 없이 쓴 글... 드넓은 바다 너머에는 낙원과 환영의 섬이 존재한다. 고향 사람들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바다 너머의 섬으로 향했다’라는 식으로 빗대어 말했다. 어떤 위로와 체념, 그리움과 기다림이 섞인 은유였다. 그 섬이 어떤 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섬으로 떠난 이들 중 돌아온 사람은 아무도...

송준섭 생존 IF. 퇴고 없음+소재 주의. 직접적인 묘사는 없지만 소재 상 성인물로 올립니다.

그녀는 숱이 빽빽해서 빈틈없이 새까만 정수리를 가만히 바라본다. 손으로 만져보면 부슬부슬한 느낌이 날 것 같았다. 그러나 선뜻 손이 나서지 않았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의 머리를 쓰다듬은 적이 무척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옛날에는 자주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 같았는데 말이다. 딸하고는 머리를 빗거나 머리 장식을 달아주는 식으로 자주 만져봤었다....

일곱 살의 미야기 료타에게는 농구공을 닮은 금붕어가 있었다. 그해 맞이한 오키나와의 여름은 매년 그랬듯이 무더운 계절이었다. 바다에서 떠내려오는 마파람과 부서지듯이 내리쬐는 허연 뙤약볕이 품은 자글자글한 열기는 다른 지역과 비교했을 때 훨씬 후덥지근했지만, 그래도 살갗에 들러붙는 끈적임이나 숨통을 조여오는 불쾌감은 거의 없었다. 마음 편히 살아 숨 쉬는...

미츠이 히사시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시청률 1위의 인기 청춘 드라마와 같은 것이었고, 그 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당연하게도 주인공이었다. 청춘 드라마 속에서 새파랗게 영글어가는 일상은 언제나 찰나로 눈부시고, 영원토록 아름다웠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결코 불합리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았다. 모든 시련은 그에 상승하는 값진 결과와 성취감을 얻게 해주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사실을 먼저 고백하자면, 송준섭은 바다를 좋아하지 않았다. 섬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라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싫어할 수 있겠는가 싶지만, 바다에서 태어났다고 한들 무조건 그를 사랑해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은가. 오히려 바다나 물을 가까이할수록 우울감에 빠지기 쉽다는 말도 있었다. 바다에서 모든 생명이 태어나지만, 반대로 그만큼 산...

맞불어오는 바람결에서 쌀쌀함이 아닌 차가움이 느껴질 때가 되자 송태섭은 강백호의 퇴원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산왕과의 경기가 끝난 직후, 강백호는 곧장 병원으로 실려 갔다. 원래라면 경기 도중에라도 나와서 병원으로 데려갔어야 했을 만큼의 부상이었다. 지금까지 다른 팀과의 격렬한 경기를 거치면서 크고 작은 부상을 겪어왔었지만, 등을 다쳤다는 건 아무래도...

※ 소재 및 전개 상 유혈, 고어, 식인, 학대, 신체 훼손 등 잔인한 묘사가 나옵니다. 한 남자가 사슴을 죽였다. 일국의 위대한 왕으로 알려진 남자는 부하들을 이끌고 사냥을 하던 도중, 황금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사슴을 발견했다. 사슴을 보자마자 남자는 어떻게 해서는 그 사슴을 제 것으로 취하고 싶었다. 살아서 생포하는 것도 좋았지만, 자신의 활 솜씨로...

송준섭이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는 거칠고 우직한 겉모습과 달리 바다와 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너희 아버지가 그래 보여도 낭만적인 사람이라고 어머니가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말씀하신 것처럼, 아버지는 고향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자식에게도 고스란히 알려주고 싶었는지, 그는 종종 어린 장남을 배에 태웠었다....

미츠이 히사시에게 있어서 인생이란 시청률 1위의 인기 청춘 드라마와 같은 것이었고, 그 안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당연하게도 주인공이었다. 청춘 드라마 속에서 새파랗게 영글어가는 일상은 언제나 찰나로 눈부시고, 영원토록 아름다웠다.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결코 불합리하거나 무의미하지 않았다. 모든 시련은 그에 상승하는 값진 결과와 성취감을 얻게 해주는...

※ 소재 및 전개 상 유혈, 고어, 식인, 신체 훼손 등 잔인한 묘사가 나옵니다. 6월, 이타도리 유지는 어떤 경위를 통해 작은 나무 상자를 얻었다. 본래라면 학교 백엽상 안에 은밀히 안치되어 있어야 하는 중요한 물건이었으나, 무슨 연유인지 상자는 그의 손안에 들어가고 말았다. 낡은 나무 상자는 어쩐지 자그마한 관을 연상시켰다. 그 때문에 상자를 열어보는...

모처럼 한가한 휴일의 오후였다. 정대만은 커다란 유리창을 투과해 부서지듯 들어오는 하오의 햇살을 만끽하며 턱을 괸 채 큼직한 하품을 늘어놨다. 뒤따라 아이스티 안에 들어있는 얼음이 조금씩 녹아들면서 잘그락거렸다. 대만은 무료한 얼굴로 입을 쩝쩝거리며 멍하니 창밖을 건너봤다. 분주히 지나치는 행인들의 모습이 유리창 너머로 보였지만, 한곳에 꽂혀있지 않고...

1. 그 해, 미야기 료타의 겨울은 감당할 수 없는 휘청거림으로 엉망진창 점철되었었다. 추락과 곤두박질, 체념과 환멸, 좌절과 실의, 그리고 알싸한 소독약 냄새를 풍기는 싸락눈이 내리던 향수와 무상의 계절이었다. 삶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거웠고, 죽음은 그와 달리 허무하리만치 가벼웠다. 아무리 애써도 균형을 쉽사리 맞추지 못하던 저울은 좌우로...

사랑한다는 건 미워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결코 미워할 수 없다는 뜻인 거야.* ■■■■, ■■■. 그 순간, 기나긴 고뇌와 아득한 번민 끝에 우주의 진리를 깨우친 현자와 같이, 마침내 깨닫고 만 것입니다. 당신도, 나도, 그리고 무너져 내린 세상마저도, 지금의 아주 사소하고 간결한 찰나를 위해 여태까지 이곳에 남겨졌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남자가 눈물...

2018년 7월 15일 오락관에서 카르주나 소설 개인지 <물거품>이 판매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A5 / 소설 / 떡제본 / 80P / 8000원 ▶ 마피아 카르나 X 인어 아르주나 ▶ 유혈 및 폭력적 묘사 포함. ▶ 선입금 외 현장 판매분은 재고 방지를 위해 극소량만 판매되거나 실시하지 않을 수 있으니 구매를 원하시는 분은 되도록 선입금 신청을...

서서히 선명해지는 의식을 건져 올리며 현실로 되돌아가는 감각은, 역설적이게도 지극히 비현실적이라 낯설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대로 계속 눈을 감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나약한 유혹마저 느껴졌다. 그럼에도 컨티뉴는 생존 본능에 따라 억지로라도 눈꺼풀을 열어젖혔다. 주위는 고요하다 못해 위화감마저 느껴질 만큼 적적했다. 간간히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기계...

오메가버스 AU. 베타 카르나X오메가 아르주나. 약간의 모브주나 요소 포함.

사람은 극적인 순간에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무엇이든 계기가 중요한 법이고, 그것이 감정과 연관된 일이라면 더욱 까다롭고 복잡한 문제가 되어버린다. 인간과 짐승의 차이는 본능보다 이성을 우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들 말하지만, 단 하나의 사소하고 중요한 계기가 우위 관계를 뒤집어버린다.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희석되어 본래의...

나는 언젠가부터 이상한 꿈을 꾸고 있다. 언제부터 그런 꿈을 꾸었냐고 묻는다면 그냥 언젠가부터, 라는 대답만 할 수 있었다. 무슨 꿈이냐는 질문에도 한참 끙끙거리다가 그냥 이상한 꿈이라는 설명이 전부여서 서로 곤란하게 만들 뿐이었다. 전부 모호하고 대충 대답한 티가 역력한 대답이라 이런 답변만 내놓는 당사자인 자신도 성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이...

※ 일부 장면에서 불쾌하고 잔인한 묘사가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 날조 및 스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태아야, 태아야. 왜 이리 동요하느냐. 어미의 마음을 알고 나니, 두려운 게냐?* 남자는 마침내 오랫동안 감아왔던 눈을 떴다. 기나긴 세월 속에 닫혀있던 눈꺼풀은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첫 날갯짓을 배우는 아기 새처럼 몇 번이고...

2월의 우주비행사 - From the Earth to the Moon - 1969, July. 무릇 청춘의 계절은 맹렬히 불타오르는 여름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의 청춘은 짧게 타오르던 눈부신 여름 같은 게 아니라 고요와 혹한으로 메워진 겨울에 있지 않을까.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꽁꽁 얼어붙어 그곳에 얽매이도록 만드는 한기는 새파란 청춘의 항수였고,...

언젠가 우리가 도달해야 할 곳에 울음이 잘 익은 열매로 와서 시커멓게 썩고 있다 -이향, 『모과』 죽음이 지천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멸망을 앞둔 세계의 풍경은 그저 불길하고 혐오스러웠다. 철근을 내보이며 처참하게 무너진 콘크리트 건물들은 흉물스러웠고, 전깃줄에 얽혀져 쓰러진 전신주들은 메말라 죽어버린 나무보다 을씨년스러웠다. 오랫동안 고여져...

그는 길고 좁은 복도를 홀로 걷고 있었다. 음울한 회색 시멘트로 단단히 굳혀 만들어진 복도는 창문 하나 없었고, 띄엄띄엄 매달려있는 전등은 제대로 신경 써서 관리하지 않은 탓에 먼지와 쌓여있는 벌레 시체로 인해 본래는 환했어야 했던 불빛이 탁하게 침침했다. 오랫동안 막연히 걷고 있으면 신경쇠약에 얻어걸릴 것 같은 삭막함이었다. 그의 걸음은 막힘없이 올곧게...

피는 영혼의 통화이자 의지의 은판. 피를 마시는 행위, 피를 주는 행위란 그런 거야. (만화 <헬싱> 中) 현란하고 혼잡한 야경이 지상에 어지러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둥글게 차오른 달빛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교교하여 오히려 깊고 어둑한 밤하늘에서 홀로 고결하게 돋보였다. 신요코하마의 달은 도쿄나 다른 지역보다도 훨씬 밝고 기이한 빛을 내는 것 같다고,...

절대로 포기하지 마. 당신은, 그 말을 남기지 말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기나긴 심연의 밤을 지나 여명이 밝아온다고 수호대는 말하지만, 지평선 너머로 올라오는 희붐한 청회색빛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너무나 희미해서 그들을 환히 비춰주지를 못했다. 금요일은 이미 지났건만, 평소와 같은 토요일은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심연에서...

※ 등장 서번트들의 진명 언급 및 암시가 나옵니다. ※ ‘한 줄기의 빛’ 루트를 중심으로 게임 스토리에 대한 전반적인 스포일러가 있으니 플레이를 예정 중이신 분은 주의해주세요. ※ 약 캐스성공(術鄭) 포함 ※ 여러 가지 날조 및 망상 주의. “항상 지켜보고 계시는군요.” 새삼스럽지 않게 당연한 사실을 문득 꺼내서 살펴보는 듯한 예사로운 말씨였다. 제 말을...

취향에 따라 이것저것 씁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깊은 고심 끝에 마침내 손에 쥐어본 뭉툭한 연필로 새하얀 편지지 위에다가 첫머리를 꾹꾹 눌러 쓰듯이 숫자들을 속으로 꼽아봤다. 작고 뭉툭한 손가락이 숫자를 말할 때마다 천천히 안으로 굽어졌고, 이윽고 숫자들을 다 말하니 열 손가락 모두가 빠짐없이 접혔다. 그것은 마치 뭔가를 꾹 쥐고 있는 모양새처럼 보였다....

7월이 되자 슬슬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봄철에 피어난 꽃들은 전부 저버렸고, 그 자리에는 파릇파릇한 신록이 바람결을 따라 싱그럽게 흔들렸다. 하늘은 끝없이 청명하고, 바람은 후덥지근한 열기를 머금었고, 햇빛을 머금은 메마른 땅에는 아지랑이가 일렁였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색채로 돋보이면서도 불분명한 실체로...